‘재키’ 안무가 에얄 “나는 몽상가, 지금 이 느낌을 춤으로 공유할 뿐”

최여경 기자
입력 2026 03 10 20:30
수정 2026 03 15 18:59
2023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가 초연한 ‘재키’(Jakie)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잔상을 남겼다. 살색 보디슈트를 입은 무용수들은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팔을 뻗고 다리를 차는 발레의 우아함을 표현하면서도 어깨와 골반을 뒤트는 기묘한 변화로 ‘독특하면서도 관능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렬한 테크노 비트와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곡한 영화 ‘레버넌트’의 주제곡을 배경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모호함, 인내, 관능이다. 샤론 에얄과 가이 베하르가 안무한 이 작품에 대해 평단은 “강력한 안무 듀오의 매혹적인 예술적 실험”이라고 호평했다.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에얄은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품에 대해 “삶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 자신을 안무가로 지칭하지 않는다”면서 “꿈꾸는 사람, 몽상가이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작품으로) 춤을 추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춤은 자유, 연결, 감정에 관한 것”이라며 “신체성과 움직임은 우리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하고 더 좋은 감정을 준다”고 했다. “말보다는 춤이 훨씬 좋다”면서 자신을 “크리에이터보다는 무용수에 가깝다”고 규정한 그는 “모든 사람에게는 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용수의 의상이 피부에 밀착되거나 노출이 많은 이유에 대해선 “일단 무용수들의 몸이 너무 좋다. 옷이 적을수록 더 좋다”면서 “색상이 검정이 될 수도 있지만 피부가 더 보이면 감정이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한다. 근육, 땀에 따라서 색깔이 변화하는 등 모든 것들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키’는 오는 14~15·18~20·22일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서울시발레단 더블 빌(하나의 접점으로 연결된 두 개 작품)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재키’가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보여준다면 함께 공연하는 요한 잉거의 ‘블리스’(Bliss)는 자유롭고 순수한 기쁨을 표출한다.
NDT 이외에 ‘재키’를 공연하는 건 서울시발레단이 처음이라는 에얄은 “제가 하는 일은 사람과 하는 작업”이라며 “그래서 다른 국적의 무용수라기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작업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새로운 얼굴과 정신, 새로운 감각 등 모든 것이 다 다르다”면서 “(이들에게서) 감정적 자질을 이끌어내는 것이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키’에 참여하는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은 발레의 근육 사용법을 넘어 스스로의 감각에 집중해 움직임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남윤승 무용수는 “움직임을 뇌에서부터 시작되는 신경과 감각을 계속 일깨워서 그 감각들을 춤에 녹여내는 작업이 샤론의 첫 번째 움직임인 것 같다”며 “안무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감각들이 계속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김여진 무용수는 “몸의 모든 감각들을 깨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동작들이 너무 많다. 내가 몰랐던 근육의 움직임을 함께 배우면서 제 몸을 새롭게 깨우고 있다”면서 “무용수들의 섬세한 근육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보시고, 무용수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인 듯 전체를 보시는 게 좋겠다”고 소개했다.
에얄이 이스라엘 출신이라는 점에서 현재 중동 정세와 관련된 질문도 나왔다. “춤으로 사랑과 평화를 전하고 싶다”고 말을 아낀 에얄은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다. 예술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있다. 사랑과 평화 그리고 공유하는 것이다”라고 짧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마음으로 오셔서 느껴지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며 “열린 마음으로 감정을 관찰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국 관객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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