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CT’ 3대 중 1대…지방 환자, 노후 장비에 몸 맡긴다

전국 CT 34.5% ‘10년 이상 노후 장비’
영상 품질 저하·방사선 관리 우려
지방 의료기관일수록 노후화 심화
울산 52.1%…전국 최고 노후율

지역별 CT 노후율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국내 의료기관이 보유한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3대 중 1대가 제조된 지 10년을 넘긴 노후 장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의료기관 종별 간 노후화 격차도 뚜렷해 환자 안전과 진단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12일 발표한 ‘전국 CT 노후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국 노후 CT 비중은 34.5%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32.6%)보다 1.9%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최근 5년 사이 장비 노후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CT 보유량은 2024년 말 기준 2416대로 2020년보다 1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CT 촬영 인원은 27.5%, 촬영 건수는 33.3% 급증했다. 의료 현장의 CT 의존도는 빠르게 높아졌지만 정작 기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노후도 관리는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노후 CT 비중의 지역별 편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울산이 52.1%로 가장 높았고 광주·부산·강원·대구·인천 등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울산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사실상 두 번 중 한 번꼴로 노후 장비에 몸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규모가 작을수록 노후 장비 비중이 높았다. 의원의 CT 노후율은 39.8%로 병원(34.5%), 종합병원(32.8%), 상급종합병원(28.6%)을 상회했다. 특히 울산 지역 의원급 의료기관의 CT 노후율은 84.6%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해 지역 내 1차 의료기관의 장비 교체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영상의학회(ESR)는 CT 운영 기간이 10년을 초과할 경우 기술적 노후화로 인해 환자 안전과 임상적 적정성이 저하된다고 경고한다. 이에 프랑스는 7년, 호주는 10년 이상 된 CT에 대해 수가를 차등 적용하는 등 강력한 관리 정책을 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후 장비에 대한 별도의 수가 감액 규정이나 체계적인 관리 계획이 부족하다. 병원 입장에서는 비싼 비용을 들여 장비를 교체하기보다 낡은 장비를 그대로 운용하는 것이 수익 면에서 유리한 구조다.

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장은 “노후 CT는 단순히 오래된 장비 문제가 아니라 영상 품질 저하와 반복 촬영 증가, 방사선 노출 관리 어려움 등으로 이어져 환자 안전과 진단 신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리 공간 분석을 통해 지역별 장비 현황을 지속해 모니터링하고 노후 장비 관리와 의료자원 수급의 합리화를 위한 정책 검토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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