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강주리 기자
입력 2026 03 12 19:39
수정 2026 03 13 00:14
산업부, 13일 0시 ‘석유 판매 최고가 지정 등 규정’ 제정·시행 고시… 2주마다 가격 다시 짜기로
정유사, 주유소 등에 공급 가격 기준최고가에 일정 마진 붙여 주유소 판매
석유 제품별 100~400원 저렴해질듯
중동 상황 발생 전 평시 가격 반영
정유사, 석유제품 수출 작년 수준 제한
분기별 사후정산 “정유사 입증 책임”
주유소 과도한 판매가 모니터링 강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계획에도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CNBC에 따르면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12일 오후 12시28분 기준 배럴당 100.44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9일 장중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전쟁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배럴당 80달러선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 정보. 뉴시스
13일 0시부터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공급 가격을 제한하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다.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다. 국내 4개 정유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2주마다 정부가 정한 동일한 최고가격 아래에서 휘발유·경유·등유를 주유소에 팔아야 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발발하기 전 평시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산정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주유소 판매가 1700원대 후반될 듯
등유 1320원… 고급 휘발유는 제외산업통상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13일 0시부로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지정 및 과잉수출제한에 관한 규정’의 제정·시행을 고시한다고 밝혔다. 해상운송이 필수적인 도서 지역에 공급되는 석유제품의 최고액은 운송비 등을 감안해 ℓ당 휘발유 1743원, 경유 1732원, 등유 1339원으로 결정됐다.
산업부가 적용하는 첫 석유제품별 최고가는 지난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보다 각각 휘발유 109원, 경유 218원, 등유 408원 저렴한 수치다. 이 가격은 오는 26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정유사의 11일 평균 공급가격은 ℓ당 휘발유 1833원, 경유 1931원, 등유 1728원이다. 27일에는 국내외 유가 상황을 반영해 최고가가 다시 산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유소 판매가격은 주유소의 공급 가격에서 적정 마진을 붙여 고시된 최고가보다는 다소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재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이 ℓ당 19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13일부터는 1700원대 후반이나 1800원대 초반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안보자원실장은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중동 사태 이후 국내 가격이 휘발유 200원, 경유 300원 이상 상승했고 일부 경유 가격은 500원 이상 올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석유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가격을 중동 전쟁 발생 전 평시 가격(2월 넷째 주)을 활용해 4개 정유사 평균 공급 가격으로 잡아 최고가격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적용 품목은 보통 휘발유, 경유, 등유다. 선택적 소비재인 고급 휘발유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중동 사태 같은 수급 대란 속에 기름값이 ‘오를 때는 빠르게, 내릴 때는 천천히’ 움직이는 상황을 최고가격제로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지난달 27일 ℓ당 1693원이었던 휘발유는 이달 12일 1903원으로, 경유는 같은 기간 1592원에서 1924원으로 뛰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검토 중인 12일 경기도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입구에서 유조차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유소 판매가, 최고가 지정 제외
“지역별 편차 크고 운영방식 상이”적용 대상은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판매하는 공급가로 주유소 판매가는 제외됐다. 양 실장은 “주유소 판매가격은 지역별로 차이가 크고 고마진 소량 생산 등 경영 전략, 셀프 등 운영 방식에 따라 상이해 일률 규제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정유소가 주유소 대리점 등에 애초에 석유 제품을 공급할 때 가격을 높여 통보하면 주유소는 그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돼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신문 취재 결과 경남 양산 지역에선 지난주 일부 정유사가 이번 주 주유소에 공급하는 경유 가격을 ℓ당 2200원으로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 실장은 “시장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주유소는 일일이 가격을 통제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유소는 1만 300개로 이 중 80% 이상이 정유사로부터 개인 사업자가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대리점이며 알뜰 주유소는 12%, 나머지는 정유사 직영점이다.
정부 방안에 따르면 최고가격 기본 산식은 정유사의 주간 단위 세전 공급가격에 싱가포르 석유제품가격(MOPS)의 변동 비율을 곱하고 여기에 유류세 등 제세금을 더해 결정된다. 정유사는 매주 한국석유공사에 주간 단위로 주유소,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실제 가격을 보고하는데 공급가격은 이 가격의 평균을 낸 것이다. 산업부는 가격 급등 전인 중동 상황 발생 전 형성된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잡아 국내 가격 안정 효과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세금은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이른바 ‘유류세’로 불리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등유), 부가세 등을 의미한다.
공급 가격에 적정 마진을 붙여 정유사가 원가 대비 과도하게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섬 등 해상 운송 비용이 발생하는 특수 지역은 5% 이내에서 별도의 최고가격이 산정된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검토 중인 12일 서울 노원구 한 주유소에 차량들이 몰려 있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해당 주유소는 오후 2시 기준 보통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69원으로 서울 최저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유가 시차 반영 2주 단위 재설정
손실 보전은 3개월마다 사후 정산
“입증 책임은 정유사… 검증할 것”조정 주기는 매 2주 단위로 재설정하기로 했다. 유가 시차가 반영되는 약 2주 정도가 소요되고 가격 안정 효과와 정부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다. 산업부는 매주 조정 시 가격 안정 효과가 떨어지고 한 달마다 조정 시 유가 조정 시점의 변동 폭이 크다고 판단했다.
양 실장은 “매일 가격이 오를까 불안해하지 않도록 가격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고 정유사의 공급가를 고지해서 주유소들이 비싸지 않은지 소비자들이 판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정유사들이 최고가격 적용 품목에 대해 국내에서 손해 보는 비용을 해외에서 보전하기 위해 국내 공급 물량을 해외 수출로 과도하게 전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출 물량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필요시 조정이 가능하도록 출구는 열어뒀다. 정유사들의 항공유 등 석유 제품 수출 비중은 40%에 이른다.
정유사들의 손실 보전에 대해서는 3개월마다 사후 정산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사가 각 회사별로 자체 원가 등을 감안해 손실액을 산정해 공인 회계법인의 심사를 거쳐 정산을 요청하면 정부는 회계·법률·교수 등 석유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통해 정유사가 제출한 손실액을 검증 후 정산하겠다는 것이다.
양 실장은 “법에 적힌 대로 정부가 최고가 시행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데 정유사가 원가가 얼마이고 정부가 정한 최고가로 인해 얼마를 손해 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분기별 정산이 원칙이며 입증될 때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검토 중인 12일 서울 노원구 한 주유소에 가격 안내판이 놓여 있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해당 주유소는 오후 2시 기준 보통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69원으로 서울 최저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주유소 판매가 상승폭 과다한 곳 공개”
해제 시점에 “중동·국내 수급 상황 고려 결정”
유류세 인하는 최고가 시행과 병행 안해석유 시장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산업부는 주유소 판매가격을 최고가격제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주유소 판매가격의 과도한 인상 방지를 위해 시민단체 등을 활용해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판매 가격, 매입·판매·수출 등 물량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또 가격 상승 폭이 과도하거나 매점매석이 의심되는 주유소를 공표·조사하고 법적 대응하는 등 엄정한 관리 체계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상승폭이 큰 주유소 상위 30개 정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 실장은 “주유소 판매가 변동 폭이 80~120원 사이인데 300~500원으로 과하게 올린다면 그 주유소는 살펴볼 유인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양 실장은 최고가 해제 요건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정세 불안이 여전한 만큼 중동 상황과 국내 석유 가격 수급 상황을 고려해 해제 시점을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고가 해제가 가능한 금액으로 1800원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1800원 이하로 3일간 유지되면 괜찮다고 볼 수 있겠나. 요건이 아니라 시장 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는 등 중동 리스크가 낮아져 최고가를 지속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 오면 언제든지 중단 등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름값의 49%에 달하는 유류세 인하는 최고가 시행과 같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12일 대구 남구 한 주유소에서 대구시 에너지산업과와 남구청,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시회 직원들이 휘발유, 경유 정량 및 품질 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정부는 석유 가격을 안정화하고, 불합리한 가격 인상 등 시장 왜곡에 대응하며 정부, 기업, 국민들이 석유 가격 인상 부담을 함께 분담하기 위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한다”면서 “휘발유, 경유, 등유 등 민생과 직결된 품목을 대상으로 하고, 국내 공급 물량이 해외로 전용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유사가 주유소,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실제 가격에 대해 국제 석유제품가격의 변동 범위에서 가격 상승을 허용해 글로벌 가격 추이를 벗어난 불합리한 변동을 예방하겠다”면서 “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와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격 통제 최고가, 공급 위축… 짧게 끝내야”
“손실 보전도 재정 부담, 유류세 인하해야”
“중동 외 수입 다변화 위해 플랜트 지원 필요”전문가들은 정부가 개입해 시장가격을 통제하는 석유 최고가 시행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행 시기를 최소한도로 하고 대중교통 이용 등 에너지 절약과 함께 중동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석유 대체수입이 가능하도록 리스크 요인을 분담하는 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가격상한제의 공급 위축,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비자에 대한 형평성 논란 등 여러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고가 정책 기간을 짧게 가져가야 한다”며 “재정당국은 세금이 줄어드니 유류세 인하를 반대하겠지만 손실 보전을 위해 들어가는 손실 계산 등 행정비용,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유류세 인하로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게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기름값이 한국보다 저렴한 일본의 경우 유류세 비중이 석유 제품 가격의 29% 수준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또 중동산 중질유 대신 미국산 경질유 등을 국내 수입해 쓸 수 있도록 정유사의 플랜트 투자 환경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우리가 많이 쓰는 중동산 두바이유 외에 미국산 경질유 등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하는데 국내 정유사의 플랜트는 모두 중동산 중질유 정제에 최적화돼있어 경질유를 쓸 수가 없다”며 “탄소중립도 좋지만 유사 시 상황에 대비해 경질유를 정제할 수 있는 플랜트 투자와 운영 기간을 보장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출신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국가 전체의 기름 사용량이 하루 250만 배럴 이상으로 워낙 많아 일시적 시행이라 할지라도 재정 부담이 막대할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절약을 강조해야할 시점에 에너지를 평소처럼 써도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정부가 해야할 일은 국제 비축유 우선 확보와 어떻게 잘 풀지에 대한 전략 마련과 대체시장 확보를 통해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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