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체계 대변혁 시대’ 개막… 남은 과제는[로:맨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충북 제천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 뒤 마련된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천 연합뉴스


지난 12일 0시 ‘사법개혁 3법’이 공포되면서 1987년 개헌 이후 40여년 간 유지돼온 사법 체계의 대변혁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당장 이날부터 대법원 판결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고, 고의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판·검사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이 가능해졌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는 2028년부터 3년에 걸쳐 매년 4명씩 모두 26명까지 늘어난다. 사실상 ‘4심제’ 우려를 비롯해 재판 지연 현상, 사법권 침해 등 입법 초기부터 제기돼온 각종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세부적인 설계 없이 법이 시행되면서 사법부는 당장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14일 헌재에 따르면 시행 첫날 자정까지 하루 동안 접수된 재판소원 건수는 모두 20건(전자접수 15건·방문접수 2건·우편접수 3건)으로 집계됐다.

헌재는 연간 재판소원 접수 건수가 약 1만∼1만 5000건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 수의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헌재 업무 과부화로 인한 기능 마비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재판소원 첫날에만 20건 접수… 남소 방지 실질 대책 필요성특히 한 사건에 대해 중복 청구가 가능해 실제 접수 건수는 헌재 예상치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헌재는 남소 청구인의 경우 전자 계정을 일시 정지하고, 반복될 경우엔 사용자 등록 말소 조치를 하는 등 남소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남소가 이뤄진 다음의 사후 대책에 불과해 실질적인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선 인지대(수수료) 청구나 공탁금 제도 등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되지만, 후속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또 국민 기본권과 직결된 위헌 여부를 따지는 사안에 금전적인 문턱을 높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이와 함께 재판소원이 인용돼 확정판결이 소급해 취소되는 경우, 그사이 이뤄진 행위의 법적 효력 여부도 문제다. 재판소원이 청구된다고 해서 당장 해당 재판의 효력이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특정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상 확정판결을 받아 의원직이 박탈된 후 보궐선거까지 치러졌는데 재판소원으로 판결이 취소되면 누구를 의원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헌재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법원에서 정리할 문제’라고 여지를 남겨 현장에서의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판소원 결론 전 이뤄진 재판 효력 법적 정리 시급법왜곡죄와 관련해선 판·검사 공격 수단으로의 남용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고소·고발당하는 일 자체가 법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 법원에선 가뜩이나 업무 과부화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형사부 기피 분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지금도 1심 법원에서 형사합의 재판부 한 곳이 한번에 60개 이상의 사건을 맡아 업무가 과중되는 상황에서 최근엔 판사 개인에 대한 모욕이나 신상털기도 심해지고 있다”면서 “법왜곡죄까지 도입돼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올 경우 고발당할 수 있다는 부담이 커지면 형사부를 선호하지 않는 기류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왜곡죄 남용으로 판·검사 위축 및 수사기관 혼선 우려도전국 법원장들도 지난 12일 충북 제천시 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논의한 결과 “법왜곡죄 도입 이후 형사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 등 외부 부담이 증가해 형사 재판부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국민이 누려야 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 현장에선 법왜곡죄 관련 소송 지원 예산을 확충하고, 재판연구원 우선 배치하는 등의 대안도 제시됐다고 한다.

수사기관에서도 혼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왜곡죄를 적용한 고소·고발이 늘어날 경우 수사기관의 업무량 급증도 불가피한 까닭이다. 게다가 법관이나 검사의 법왜곡 혐의를 규명하려면 고도의 법리 판단이 필요한데, 법 해석기관이 아닌 경찰이 이를 판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판사에 대한 법왜곡죄 수사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의 법 적용과 법리 해석을 경찰이 따져봐야 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최근 일선 수사관들에게 법왜곡죄 수사 관련 내부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맨스 - [로ː맨스] 법(law)과 사람(human)의 이야기(story) 법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입니다. 법원과 검찰청 곳곳에는 삶의 애환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복잡한 사건의 뒷이야기부터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법 해석까지, 법(law)과 사람들(human)의 이야기(story)를 서울신문 법조팀 기자들이 생생하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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