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계열사 20곳 누락’ 정몽규 HDC 회장 검찰 고발

한지은 기자
입력 2026 03 17 12:00
수정 2026 03 17 14:21
공정위, 지정자료 허위제출 제재
동생·외삼촌 회사 알고도 미신고
소속 회사 누락 기간 최장 ‘19년’
HDC 측 “고의 아닌 단순 누락”
재계 서열 34위 HDC의 총수(동일인)인 정몽규(64) 회장이 친족이 지배하는 회사를 소속 회사에서 누락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일부 회사는 최장 19년 동안 계열사에서 빠지며 각종 대기업 규제를 피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정 회장이 2021~2024년 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 회사 20곳을 HDC 소속 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실제 누락은 정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졌지만 공소시효 5년에 따라 2021년 이후 행위만 고발 대상이 됐다.
연도별 누락 회사 수는 2021년 17곳, 2022년 19곳, 2023년 19곳, 2024년 18곳이다. 동생 일가가 지배하는 인트란스해운·제이앤와이인베스트 등 8개사와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SJG홀딩스·SJG세종·쿤스트할레 등 12개사가 포함됐다. 이들 회사의 자산 규모는 매년 1조원을 웃돌았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누락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정 회장이 1999년부터 HDC㈜ 대표이사로 재직해 왔고, 2006년부터는 HDC 동일인으로 지정되며 계열사 현황 제출에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평소 모임과 행사 등으로 친족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한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질문에 답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1일 서울 신문로2가 포니정재단빌딩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3.11 jjaeck9@yna.co.kr (끝)
은폐 정황도 드러났다. HDC㈜의 담당자들과 정 회장의 비서진은 친족 회사 누락 사실을 발견하고 해당 회사로부터 계열 요건에 해당한다는 확답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 회장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해당 친족들을 직접 만나보라고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2021년 정 회장의 사촌 관계인 다른 기업집단의 총수가 친족 회사 누락으로 고발되자 내부 점검 과정에서 20개사 누락 사실을 확인했지만 처벌이 우려돼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정 회장의 매제인 인트란스해운 대표는 누락 사실이 확인된 직후 17년째 맡아 온 HDC 계열사 임원직에서 사임했다. 공정위는 이를 여동생 측 회사와 HDC 간 연관성을 숨기려는 조치로 봤다.
음 과장은 “가까운 친족의 회사를 다수 누락한 것도 모자라 누락 회사를 자진 신고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하는 등 법상 지정 자료 의무를 경시한 행위”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지정 제도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HDC는 고의가 아닌 단순 누락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HDC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SJG세종, 인트란스해운과 그 계열사들은 정 회장의 지분이 전혀 없으며 1999년 HDC가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래 거래 관계도 없는 회사들”이라며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으로 계열 제외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절차를 개선했다”며 “이후 절차에서도 동일인이 고의로 은폐할 부당한 의도나 동기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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