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D-7…‘캐스팅보트’된 국민연금에 쏠린 시선

정연호 기자
입력 2026 03 17 14:55
수정 2026 03 17 15:00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앞 간판. 2025.12.19 연합뉴스
오는 3월 24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 경영진과 MBK파트너스·영풍 간의 치열한 경영권 분쟁이 예고된 가운데 국민연금이 사실상 승패를 결정지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의 최대 쟁점은 이사회 구성이다. MBK·영풍 측은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미국 제련소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투자 전략을 앞세워 경영 연속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현재 지분 구조상으로는 MBK·영풍 측이 약 41~42%의 의결권 지분을 확보해 고려아연 측 우호 지분보다 다소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의 표심과 일부 지분의 실제 의결권 행사 여부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수 있어, 국민연금의 선택이 결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국민연금의 고심을 깊게 만드는 지점은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 사태다.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와 기업 회생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MBK에 자금을 출자한 국민연금 역시 투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연금은 국민 자산을 지키는 공적 수탁자로서 약탈적 사모펀드와의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러한 여론은 향후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은 물론 MBK에 대한 추가 투자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역시 주요 변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핵심 광물 확보가 경제 안보 문제로 직결되면서 이번 프로젝트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앞서 법원도 가처분 판결을 통해 해당 사업이 “미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 및 한미 간 협력 강화, 안정적 수요처 확보를 목적으로 추진된 거래”라고 명시하며 그 성격을 인정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고려아연의 중장기 전략이 단순한 경영 판단을 넘어 국가적 공급망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주총은 단순한 기업 내 경영권 다툼을 넘어 연기금의 책임 투자 원칙, 투기적 사모펀드의 부작용, 글로벌 공급망 전략 등에 대한 종합적인 심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 구도상 MBK·영풍 측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국민연금이 어떤 기준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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