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20일, 걸프 덮친 ‘에너지 인질극’…지옥문 열리나 [권윤희의 배틀라인]

이스라엘, 이란 최대 가스전 타격
이란, 카타르·사우디·UAE에 보복
트럼프, 이란에 가스전 폭격 경고
레바논 전선까지 맞물린 다층 확전
에너지안보 흔들…‘유가 지옥’ 우려

[배틀라인 3줄 요약]
● 이스라엘은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아살루예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와, 내부 치안기구까지 동시 타격하며 전쟁의 초점을 군사시설에서 에너지·정권 기능 압박으로 넓혔다.
●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격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서도, 카타르 LNG 시설이 다시 공격받을 경우 사우스 파르스에 전례 없는 대규모 타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 이란은 카타르·사우디·UAE 에너지 시설과 레바논 전선을 활용한 다층 보복으로 맞서며, 전쟁의 충격이 걸프 전체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가스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이란의 핵심 에너지 공급 인프라다. 2026.3.18 이란인터내셔널 화면


18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가스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이란의 핵심 에너지 공급 인프라다. 2026.3.18 이란인터내셔널 화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20일 차를 맞아 중대한 변곡점에 들어섰다. 그동안 전장의 중심이 핵시설, 방공망, 미사일 기지, 지휘부 제거에 있었다면, 이제는 이란과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가 직접적인 타격 대상이 되는 양상이다.

무게 중심, 군사 표적에서 에너지 공급망으로이란은 18일(현지시간) 남부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과 아살루예 일대 가스시설이 공격받자, 이를 이스라엘 소행으로 규정하고,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보복과 위협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이스라엘이 사우스 파르스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이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란이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다시 공격할 경우 미국이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미사일 시설을 겨냥한 군사행동을 이어갔다.

이란 사우스 파르스 피격…전장이 된 가스 공급망
이스라엘, 카팁 제거 발표…내부 치안기구도 타격
사우스 파르스는 카타르와 공유하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전으로, 이란의 내수 에너지 공급과 산업 운영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아살루예 역시 이란 가스 처리 체계의 중심지다. 로이터는 이란 가스 시설이 타격된 뒤 테헤란이 사우디·UAE·카타르의 주요 에너지 시설에 대피 경고를 내렸고, 이후 실제 공격과 위협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에스마일 카팁 이란 정보장관 제거도 발표했다. 카팁은 정보부(MOIS)를 통해 내부 치안과 반정부 시위 진압을 총괄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혁명수비대(IRGC), 바시즈, 경찰 등 내부 치안조직도 타격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스라엘의 작전이 이란의 대외 군사능력뿐 아니라 내부 통치·억압 기구까지 겨냥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카팁의 사망 여부와 관련한 이란 측 공식 확인은 보도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 과정에서 이란 내부 동요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ISW는 수뇌부 제거와 내부 치안기관 타격이 겹치면서 정권 인사들과 보안기관 요원들 사이에 공포와 불신이 커지고 있고, 치안조직 표적 공습이 “일선 대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일부 요원들이 표적을 피하기 위해 차량이나 모스크, 체육시설 등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정황도 소개했다.

이란,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 겨냥…보복 확대
헤즈볼라 57건 공격 주장…레바논 전선도 가열
이란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가스전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 지역 가스 시설을 미사일 공격하고 있다. 2026.3.18 타스님통신


이란은 군사적으로는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세를 이어가면서, 전략적으로는 전장을 걸프 전역으로 넓히고 있다.

레바논 전선도 살아 있다. ISW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북부 이스라엘과 남부 레바논 전선에서 57건의 공격을 주장했고, 이스라엘은 남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군사조직뿐 아니라 사회·재정 네트워크까지 계속 타격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카타르에서 확인됐다. 18일과 19일 이란의 연이은 미사일 공격으로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 지역 가스 시설에서 화재와 추가 손상이 발생했다. 카타르에너지는 LNG 시설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고, 카타르 정부는 이란의 공격이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카타르가 이란 외교관 2명에게 출국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라스라판은 카타르 LNG 수출의 핵심 거점으로, 카타르의 생산 차질은 세계 LNG 공급의 약 20%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라스라판 화재·사우디 요격·UAE 사상자…피해 현실화
부셰르 원전 인근에 낙하물…핵 안전 리스크도 부상
사우디는 복수의 드론·미사일 요격 사실을 공개했고, 세부 수치는 발표 시점과 보도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로이터는 19일 사우디가 리야드로 향한 탄도미사일 4기와 가스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 시도를 요격했다고 전했다. UAE 국방부는 전쟁 발발 이후 이란 공격으로 현역 군인 2명과 민간인 6명이 사망하고 15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동시에 UAE 당국은 자본 이동 제한설을 부인하며 금융시장 신뢰 방어에도 나섰다. 쿠웨이트는 직접 피해 규모가 불분명하지만 위협권에 편입된 상태로 평가된다.

핵안전 우려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부셰르 원전 부지 인근에 발사체가 떨어졌지만 현재까지 시설 손상이나 인명피해는 없다고 통보했다. 원전 자체의 파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중동 전쟁의 위험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브렌트유 111달러 돌파…LNG 차질 장기화 우려
걸프 덮친 ‘에너지 인질극’…다음 분기점은?
에너지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19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1.07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8.61달러까지 상승했다. 카타르의 LNG 생산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겹치면서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 가격과 글로벌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 로이터는 카타르의 생산 차질이 세계 LNG 공급의 약 5분의 1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중단 위험이 5월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란이 국내 수요 우선을 위해 이라크향(向) 가스 수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권 기능과 에너지 기반을 함께 압박하고 있고, 미국은 해협과 항로를 관리하면서 추가 개입의 문턱을 조절하고 있다. 이란은 걸프 에너지 허브와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우위는 여전히 미국과 이스라엘 쪽에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전쟁의 충격이 걸프 전체와 국제 에너지 시장, 레바논 전선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면은 이미 단순한 양자 충돌을 넘어선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중요한 요소는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 봉쇄 단계로 나아갈지 ▲카타르·사우디·UAE의 에너지 인프라 피해가 추가로 누적될지 ▲카타르 재공격 시 미국이 실제로 직접 타격 수위를 높일지 ▲레바논 전선의 저강도 충돌이 별도의 확전 축으로 커질지 여부다.

18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가스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이란의 핵심 에너지 공급 인프라다. 2026.3.18 이란인터내셔널 자료


18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보라색 원 오른쪽 부분)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가스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이란의 핵심 에너지 공급 인프라다. 2026.3.18 미국 ISW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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