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엔 주식 성과급, 불황엔 임금 조정? SK하이닉스 임단협 난항

민나리 기자
입력 2026 07 31 14:44
수정 2026 07 31 14:44
SK하이닉스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지만, 올해 회사가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과 적자 발생 시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갈등이 다시 커졌다.
31일 SK하이닉스 노조가 공개한 4차 본교섭 회의록에 따르면 사측은 초과이익분배금(PS)의 절반을 훨씬 넘는 비중을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유지했다. 회사가 적자를 낼 경우 임금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내용도 교섭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사 측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과 취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주요 쟁점은 성과급을 어떤 형태로 지급하느냐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PS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정하고 기존 지급 상한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해당 기준은 10년간 유지하며, 지급액의 80%는 당해 연도에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는 올해 회사가 주식 지급 비중을 크게 높이려는 것은 지난해 합의를 사실상 변경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가는 실적과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일정 기간 팔 수도 없어, 현금 성과급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존 합의에서 주식 지급을 전제로 하지 않았던 만큼 노조 동의 없이 지급 방식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적자 발생 시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측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호황과 불황을 함께 반영하는 임금 체계를 논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이었던 2023년 7조 7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노조는 이를 사실상의 임금 삭감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성과가 좋을 때 받는 성과급과 달리 기본 임금은 안정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 회사 실적에 따라 임금을 줄일 수 있도록 하면 경영 위험을 직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가 적자를 판단하는 기준과 조정 대상, 삭감 폭, 원상회복 시점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노사는 다음 주 5차 본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조가 성과급 주식 지급 확대와 적자 시 임금 조정안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회사가 제안을 수정하거나 세부 조건을 새로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