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피부과 이렇게 많은데?” 알고보니…10곳 중 9곳 ‘전문의’ 아니다

피부과 자료사진(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123RF


전국에서 피부를 진료하는 1차 의료기관 10곳 중 9곳은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일반의, 타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의료계와 대한피부과의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국내에서 피부를 진료하는 1차 의료기관은 1만 5000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피부과 전문의(2950명)’가 운영하는 1차 의료기관은 1516곳이다. 피부를 진료하는 동네 병원 10곳 중 9곳은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부과 전문의는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1년간의 인턴의사 기간을 마친 뒤, 피부과 전공의라는 4년간의 피부과 전문 임상 수련 과정을 마치고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 피부과 전문의와 일반의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21%가 비전문의를 전문의로 오인하고 진료를 받았다.

피부과 전문의는 간판에서 구별할 수 있다. 국내 피부과 전문의는 동네 의원을 열 때 ‘○○○피부과의원’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전문의가 아닌 의사는 ‘○○의원’ ‘○○에스테틱’ ‘○○스킨클리닉’ 등과 함께 ‘진료과목 피부과’를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동네 의원은 ‘진료과목 피부과’에 ‘진료과목’을 매우 작게 표기하고 있다. 또 포털사이트에서 ‘피부과’로 검색했을 때 피부과 전문의와 비전문의가 운영하는 동네 의원이 모두 검색돼 혼동을 주고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비전문의도 ‘진료과목 피부과’를 표기할 수 있지만, 이는 국민의 상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국민 대부분은 간판에 ‘피부과’ 세 글자가 적혀 있으면 당연히 전문의 병원이라 믿는데, 실제로는 전문의가 없는 의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피부 시술 후 부작용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실제 피부암인 기저세포암이나 악성 흑색종 등을 단순 점으로 오인해 레이저로 없애려다 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보니 피부암으로 밝혀진 사례도 있다. 피부 생리학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필러 시술로 인한 실명이나 레이저 오남용으로 인한 화상 등도 보고되고 있다.

피부과의사회는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의 수련을 거치는 피부과 전문의 수준의 교육 체계가 전제돼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며 “피부과 전문의는 단순한 시술을 넘어, 질환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부작용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역”이라고 강조했다.

피부과 진료를 ‘미용’으로만 치부하는 편견을 깨고, 질환 중심의 ‘필수 의료’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부과의사회는 “아토피, 건선, 피부암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 피부과’ 영역의 수가를 현실화해 전문의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난치성 질환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국 사례처럼 의대 졸업 후 최소 2년 이상의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에게만 독립 진료권을 부여하는 ‘개원면허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포털사이트의 검색 구조도 개편해야 하며, 비전문의 의원의 외부 간판에 피부과 표기를 제한하거나 식별력을 높일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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