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군홧발’ 5월부터 걸려 있었다…일베식 조롱, ‘진심없는 사과’까지가 ‘완성’

신진호 기자
입력 2026 07 05 09:29
수정 2026 07 05 09:29
30일 오후 광주 동구 대인동 광주은행 본점 인근 교차로 전봇대에 군화가 걸려 있다. 군화를 수거한 광주시와 5·18 기념재단은 누가, 어떠한 의도로 군화를 걸어뒀는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2026.6.30 5·18 기념재단 제공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고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행태가 사회 일각에서 그저 ‘놀이 문화’로 치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 오월길 안내 표지판에서 발견된 군화는 올해 5월부터 걸려 있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5일 연합뉴스와 5·18 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대인동 광주은행 본점 인근 교차로 전봇대에 설치된 오월길 안내 표지판에서 발견된 군화와 관련해 재단은 인근 주민으로부터 “5월부터 군화가 걸려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어떤 의도나 경위로 군화가 걸려 있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5·18에 대한 조롱이나 비하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군화가 발견된 장소가 5·18 사적지인 옛 광주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이고, 최초 목격 시점도 제46주년 5·18 기념행사 기간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을 짓밟았던 계엄군의 ‘군홧발’의 의미를 담아 조롱의 의미로 내건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내걸린 군화가 비교적 최근에 장병들에게 보급된 종류라는 점을 근거로 군화를 건 주체가 젊은 연령대의 남성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과거 10여년 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 일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5·18 조롱·비하 사례는 최근 몇 년 새 온·오프라인과 세대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46주년 기념식 당일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활용한 ‘탱크 데이’ 텀블러 이벤트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지난달 고교야구대회에서는 배재고 학생들이 상대팀인 광주제일고(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이 일었다.
반대로 진보 진영에서 일베식 조롱 문화를 비판하면서 ‘탱크’ 표현을 써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 ‘매불쇼’ 진행자 최욱씨는 ‘탱크 데이’ 논란이 이어지던 6월 5일 방송 도중 “그들이 동경하는 게 전두환이다. 온라인상에서 (일베) 범죄만큼은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고 발언해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5·18 민주화운동 및 지역 비하 등 ‘일베식 조롱’ 논란이 터진 뒤 사과문을 올리면서도 ‘실수’였다거나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이 반복되면서 혐오와 조롱 문화에 명확한 불이익의 경계를 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20 극우가 온다’의 저자 정민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엑스(X)에 ‘조롱 → 걸림 → 사과문 → 무사히 끝’이 ‘일베 놀이의 공식’이라며 “혐오 드립을 숨겨 던지고 걸리면 사과문을 올린다. 비난이 가라앉으면 아무 피해 없이 빠져나간다. 사과는 반성이 아니라 ‘무마’ 절차다. 그 무마가 먹히는 순간 놀이는 이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과로 끝나지 않는 것. 생계와 활동에 실제로 꽂히는 처벌과 징계. 그것 하나만이 이 놀이를 처음으로 ‘실패’시킨다”라고 강조했다.
오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도 5·18 폄훼가 이제는 일상 공간으로까지 침범해 놀이 문화처럼 소비되는 만큼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박강배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일부 세대에서 이를 조롱과 희화화 대상으로 반복 소비하고 있다”면서 “죄책감 없이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곡·폄훼를 넘어 조롱하는 행태가 언행으로까지 표출되고 있는 만큼 단순 일탈로만 볼 수 없다”며 “처벌을 강화하거나 조롱·희화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입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제재 등 제도적 대응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병로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동 변화를 끌어내려면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역사 교육, 민주 시민 교육을 강화해 5·18의 의미를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만 참여자치21 대표도 “5·18 사적지와 국립5·18민주묘지를 직접 방문해 역사적 의미를 체감하는 체험형 교육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주입식 교육의 한계를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스스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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