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서 폭행당해 사망한 중학생…“계부 아닌 친형이 진범”
이보희 기자
입력 2026 02 11 18:00
수정 2026 02 11 19:19
40대 계부, 2심서 22년→13년 감형
“친형 폭행이 사망 직접적 원인”
“계부 지속적인 학대·방치도 책임”
지난해 설 연휴 직후 발생한 ‘익산 중학생 의붓아들 사망 사건’의 법적 판단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1심은 계부를 직접적인 살해범으로 인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친형의 폭행이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됐고 계부는 상습 학대와 방치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양진수)는 11일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41)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쟁점은 ‘치명상을 가한 주체’였다. 1심은 수사 단계에서 범행을 자백한 A씨를 살해의 직접 실행자로 봤다. 그러나 A씨는 항소심에서 “실제 폭행은 피해자의 친형이 했다”며 살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B(14)군의 친형 C(고등학생)군의 진술 변화에 주목했다. C군은 초기 자백 후 이를 번복했고 법정에서는 “아버지가 시켜 밟았다”고 진술을 바꿨다. 재판부는 “반복된 진술 번복만으로는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사건 직후 C군이 큰아버지에게 “내가 많이 때렸다”고 말한 녹음파일의 증거가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상황도 새롭게 구성했다. A씨가 거실에 있으면서 방 안에서 벌어진 C군의 폭행을 인지하고도 제지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를 묵인·방조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친형 또한 피고인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양육 환경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다가 분노가 폭발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극의 근저에는 계부의 상습적인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밟아 사망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지속적인 학대와 방치가 결국 14세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진정한 참회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항소심은 공소사실 중 ‘아동학대 살해’ 혐의를 무죄로 보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살해의 고의성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보호·감독 의무를 저버린 책임은 인정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에게 과거 아동학대 전력이 있었고 학대가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해 치사죄 양형기준 상한(10년 7개월)을 넘는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월 31일 전북 익산시 자택에서 중학생 의붓아들인 B군을 여러 차례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집에 있던 계부와 피해자의 친형을 추궁했고 이들은 모두 “내가 때렸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형 C군은 “나는 동생을 때리지 않았다”고 말을 바꿔 A씨만 법정에 섰다.
A씨는 1심 법정에서는 공소사실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에 와서는 “진범은 B군의 형”이라면서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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