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도’에도 일하다 숨진 유치원 교사…“아파도 눈치보는 독박 교실”

김민지 기자
입력 2026 03 23 09:18
수정 2026 03 23 10:12
경기 부천의 한 사립 유치원 교사가 독감 확진 상태에서도 근무를 이어가다 끝내 숨졌다. 교원단체들이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할 것을 촉구한 가운데 유은혜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가 “아파도 쉬지 못하는 독박 교실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교육계에 따르면 부천시 한 유치원 교사 A씨는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고 39.8도의 고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근무하다가 끝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교원단체는 애도를 표명하며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가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학교의 안타까운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유치원의 구조적 인력난을 문제의 핵심으로 짚었다. 한국교총은 “모든 학교급이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 유치원은 규모가 작음에 따라 교사가 자리를 비울 경우 그 공백을 메울 인력을 구하는 것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교원의 희생 속에서 공교육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아파도 눈치를 보며 출근을 강요당하는 대한민국 유아교육 현장의 처참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아파도 교실에서 죽어라’라는 말이 상식처럼 통용되는 공·사립 유치원의 비정한 현실을 즉각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고인은 숨조차 쉬기 힘든 통증 속에서도 학기 말 유치원 행사의 압박과 대체 인력 하나 없는 고립된 현장을 지켜야만 했다. 이는 열악한 노동 환경이 낳은 명백한 ‘직무상 재해’”라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또 “교사가 아플 때 쉴 권리를 법적 의무로 보장해야 한다”며 “교사를 소모품처럼 취급하며 아픈 몸으로 교실에 서게 만드는 것은 교사 개인의 고통을 넘어 아이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유치원이 초·중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도적 관심에서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유치원교사노조)은 “유치원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초·중등학교와 달리 교원 보호 및 지원 체계가 매우 미흡하다”며 “병가·연가 사용 시 즉각적인 대체 인력 투입 시스템 부재, 소규모·병설유치원의 구조적 인력 취약, 교사 1인이 교육·행정·안전·돌봄을 동시에 수행하는 과중한 업무,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감독의 한계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는 결국 교사의 건강권을 넘어 생명권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유은혜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애도의 글을 올리며 “아파도 쉬지 못하는 독박 교실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 예비후보는 “이번 비극은 아파도 쉬지 못하는 유치원 선생님들의 힘겨운 근무 환경이 빚어낸 구조적 참사”라며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희생을 강요받는 현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아픈 교사를 교실에 홀로 세워두는 비정한 환경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면서 “경기도교육청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유치원의 근본적인 개혁과 실질적인 변화를 앞장서서 이끌겠다”면서 “아픈 교사를 교실에 홀로 세워두는 ‘독박 교실’ 시스템을 개선하고 교사의 노동권이 온전히 보장받는 ‘숨 쉬는 유치원 교육’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