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나온 82세 김정자 할머니, 올 수능 ‘최고령 수험생’ 됐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서울교육청 제12시험지구 제17시험장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최고령 수험 응시생 김정자(82) 할머니가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학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3.11.16 뉴스1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서울여고 앞에서는 40~80대 만학도들이 다니는 일성여중·고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후배 10여명이 일찌감치 도착했다.
일성여중·고는 여러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대에서 80대까지의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 인정 평생학교다.
올해 수능 최고령 수험생은 이 학교 학생인 김정자(82) 할머니다. 김 할머니의 사연은 2019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서 소개된 바 있다.

김 할머니는 결혼 후 부엌도 없이 아궁이만 하나 있는 작은 방에서 삼 남매를 키웠다. 그마저도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서면서 다섯 식구가 거리에 나앉게 됐다. 김 할머니는 “그때부터 안 해본 일 없이 돈 되는 일은 다 했다”며 “손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일했다”고 전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응시하는 김정자(82·오른쪽) 할머니가 수험생 유의사항을 살펴보고 있다. 2023.11.14 뉴시스
이름 석 자도 제대로 쓸 줄 몰랐던 김 할머니는 이제는 한글은 물론 시도 쓸 수 있게 됐다. 그는 “한글을 배우고 수업받는 게 너무 좋다. 내 인생이 바뀌어 버렸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미국에 사는 손주들과 영어로 대화하기 위해 ‘영문학과 진학’이라는 꿈도 갖게 됐다. 할머니는 당시 방송에서 “(지금껏) 살아온 내 인생을 보면 꿈만 같고, 지금은 공부만 생각하고 있다”며 “건강이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졸업장을 두 개 더 받고 싶다”는 포부도 밝힌 바 있다.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진학한 김 할머니는 5년 동안 결석 한번 없이 공부에 매진한 끝에 2024학년도 수능을 치르게 됐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 할머니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일성여중고 학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입실하고 있다. 2023.11.16 연합뉴스
할머니는 교문으로 들어가기 전 “젊은 학생들 각자가 3년 동안 배운 실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인생을 걸고 있는 날인데 학생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우리나라를 앞으로 짊어지고 나갈 새 일꾼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고에서 이 학교 최고령 수능 응시생인 김정자(82) 할머니가 수험표를 살펴보고 있다. 일성여고는 여성 만학도를 위해 운영하는 학력 인정 평생 학교다. 2023.11.15 뉴시스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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