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입 막고 웃었다”…천사 엄마의 6천만 원짜리 연쇄 살인에 내려진 형량은…[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정연호 기자
입력 2026 09 05 13:57
수정 2026 09 05 13:57
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2006년 1월,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던 경주의 한 종합병원 소아 병동.
27세 여성 최 씨는 간헐적인 경련과 끝없는 하혈로 고통받는 생후 9개월 된 입양 딸 수빈(가명)이의 침대 곁을 뜬눈으로 지키고 있었다. 핏기가 가신 작은 몸에 주삿바늘 자국이 가득한 아기를 보며 최 씨는 “내 탓인 것만 같아 눈물조차 사치스럽다”며 자책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딸을 향한 지극한 모정은 방송과 언론을 타고 곧 세간의 화제가 되었고 치료비 마련을 돕기 위해 병원이 제안한 후원 방송과 지역 신문 보도를 통해 약 2200만 원이라는 따뜻한 성금이 모였다.
그러나 수많은 이들의 기원도 무색하게 수빈이는 장출혈을 막기 위한 결장전절제술을 받은 지 2주 뒤이자 방송에 출연한 지 두 달여 만인 2006년 7월 급성 호흡 부전으로 허망하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당시 수빈이가 겪은 원인 불명의 장출혈은 의학 논문으로 보고될 만큼 희귀한 사례였다. 수빈이를 화장한 후 부부는 차마 아이를 묻지 못하고 유골함을 안방 서랍장 위에 올려두었으며 아이 아빠는 매일 밤 죽은 딸의 유골함을 가슴에 꼭 품은 채 오열하다 잠이 들었다. 이웃들은 그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끓는 슬픔이라 여기며 함께 가슴을 쳤다. 하지만 이 참담한 비극의 이면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잔혹한 비밀이 웅크리고 있었다. 사실 최 씨는 수빈이를 입양하기 2년 전인 2004년,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았던 생후 20개월의 친딸 서연(가명)이를 이미 원인 모를 장염으로 먼저 떠나보낸 전력이 있었다.
세 번째 죽음, 그리고 어둠 속의 목격자두 아이를 연달아 가슴에 묻고 2년이 흐른 2009년, 부부는 다시 셋째 딸 민서(가명)를 입양했다. 유난히 애교가 많던 민서 덕분에 집안에 다시 웃음꽃이 피는 듯했지만 비극은 소름 끼치도록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었다. 입양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민서는 앞서 떠난 언니들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급성 장염과 고열, 하혈 증세를 보이며 응급실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한 집에서 아이 셋이 연달아 쓰러지자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저주’를 운운하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았다.
이 기이한 저주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2010년 1월 14일, 어두운 다인실 병동에서였다. 셋째 민서와 같은 병실을 쓰던 여고생 정 양은 평소에도 서늘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민서는 아빠 앞에서는 방긋방긋 잘 웃었지만, 유독 엄마 최 씨와 단둘이 있을 때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며 경기를 일으키곤 했다. 사건 당일 오후, 낮잠 시간이 되어 조명이 꺼지자 최 씨는 아이의 침대 사방으로 두꺼운 커튼을 빈틈없이 쳤다. 이윽고 고양이처럼 몸을 바짝 웅크린 최 씨의 실루엣 너머로 “읍... 읍...” 하며 숨이 막혀 헐떡이는 단말마가 울려 퍼졌다. 불길한 예감에 커튼을 살짝 걷어 올린 정 양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의 민낯과 마주쳤다. 병원 환자복(이불)을 한 움큼 쥐어 아기가 숨을 못 쉬게 짓누르던 최 씨는, 목격자와 눈이 마주치고도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자신의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쉿’ 하고 소름 끼치는 무언의 경고를 보냈다. 살의의 의식을 마친 최 씨는 곧바로 커튼을 걷어젖히고 “선생님, 우리 애가 이상해요!”라며 울부짖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아기가 뇌사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로 실려 가는 아수라장 속에서, 정 양은 남몰래 차갑게 미소 짓고 있는 최 씨의 얼굴을 똑똑히 목격했다. 결국 민서는 두 달 뒤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고 최 씨는 이번에도 통곡하며 아이의 부검을 완강히 거부했다.
돈을 위해 설계된 지옥, 추악한 실체가 드러나다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이 엽기적인 비극은 보험 범죄 특별조사팀(SIU) 소속 김동영 조사원의 집요한 의구심 덕분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타 보험사에 근무하던 고향 후배로부터 “한 집에서 아이 셋이 똑같이 장염과 호흡 곤란으로 연달아 사망했다”는 기이한 사연을 전해 들은 그는 비밀리에 내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사망한 세 아이 모두 아동 전용 보험에 복수로 가입되어 있었으며 극심한 빚 독촉에 시달리는 궁핍한 형편 속에서도 매달 20만 원이 넘는 고액의 보험료가 셋째 민서 앞으로 꼬박꼬박 납입되고 있었다.
경찰에 정식 수사가 시작되고 치밀한 탐문 수사를 통해 그 추악한 전말이 드러났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희귀 장염은 결코 불운이나 유전병이 아니었다. 최 씨가 고의로 젖병을 소독하지 않고 더러운 물이나 두유를 담아 억지로 먹이면서 연약한 아기의 장기를 철저히 파괴해 낸 결과였다. 최 씨는 첫째 친딸 서연이가 앓다 죽었을 때 우연히 지급된 소액의 보험금에서 ‘아이가 아프면 마르지 않는 돈줄이 생긴다’는 악마적 공식을 학습했다. 사망 보험금은 거의 없지만 ‘입원 일당’과 ‘치료 실비’ 청구가 극도로 용이한 아동 보험의 허점을 정확히 노린 그녀는 아이들을 단번에 살해하는 대신 끊임없이 병들게 만들어 입원과 퇴원을 무한 반복시켰다. 둘째 수빈이를 입양하기 전, 임신한 것처럼 배를 부풀려 보험 설계사를 속이고 태아 보험에 가입하며 타낸 피 묻은 돈은 총 6천만 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이 20개월에서 28개월, 즉 두 돌을 전후로 하여 예외 없이 목숨을 잃었을까. 세상을 인지하고 언어 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한 아이들이 주변 간호사나 아빠에게 “엄마가 더러운 것을 먹였다”, “코를 막았다”라고 폭로할 것을 두려워한 최 씨가 자신의 완벽한 연극이 발각될 것을 막고자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서둘러 입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관용이 남긴 씁쓸한 마침표경찰은 삼엄한 비공개 수사 끝에 울산의 한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당당히 걸어 나오던 최 씨를 전격 검거했다. 세 아이를 차가운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녀는 또다시 임신을 하기 위해 산부인과에서 불임 진료를 받고 나오던 길이었다. 경찰서 조사실에 앉아서조차 “과실사일 뿐이다”라며 철저히 가면을 고수하던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불려와 배신감에 피눈물을 쏟으며 통곡하는 남편의 애끓는 설득을 듣고서야 비로소 범행을 자백했다.
그러나 최 씨의 눈물과 참회는 마지막까지 계산된 생존 연극에 불과했다. 언론 카메라 앞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비통한 어미인 양 목놓아 울었으나 재판을 앞두고 남편에게 보낸 은밀한 편지에는 아이들에 대한 참회 대신 “내 형량을 낮춰줄 유능한 변호사를 사력을 다해 구해달라”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요구만이 적혀 있었다. 법정에서 변호인은 그녀가 산후 우울증을 앓아 심신미약 상태였으며 극도의 생활고 탓이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심신미약 주장은 기각했으나, 초범이라는 점과 반성하는 기색을 보인 점, 궁핍한 경제 상황 등을 참작 사유로 들어 고작 징역 15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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