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수사개혁 주도 인물 전면에… ‘수사권 조정’ 경찰 손 들어줘
文대통령, 민갑룡 경찰청장 지명
檢, 기득권 대거 포기 조짐에 ‘충격’문무일, 文과 독대에도 소득 없어
“현실 왜곡” 검사 집단 반발 전망도
경찰 “조정안 나와 봐야” 표정 관리
검찰에는 이날 두 차례 충격파가 전해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청와대 오찬 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검찰 의견을 직접 전달했지만 문 대통령의 수사권 조정 의지만 재확인한 채 소득을 건지지 못한 게 첫 번째라면, 독대 뒤 청와대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문 총장 간 대화내용을 공개한 것이 두 번째 충격파다.
문 총장은 청와대 오찬이 끝난 뒤 4시간여 만인 5시 52분쯤 서울 서초동 대검으로 복귀했다. 이어 고검장 간담회를 가진 뒤 6시 45분쯤 퇴근했다. 문 총장은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국민이 문명국가의 시민으로 온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원론적 발언으로 읽힌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의 과정에서 문 총장은 반발을 이어 왔다. 지난 3월 대검 기자간담회에서 “궁금해서 (법무부 장관에게) 물어본 적은 있지만 구체적 경과를 알지 못하고 조정안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답변을 못 들었다”고 토로해 ‘검찰 패싱’ 논란에 불을 붙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사권 조정안 추진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검사들의 집단 반발도 예상된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이 사후적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가 지적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던 일”이라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나온 십수년 전 잣대로 검·경의 현실을 왜곡해 파악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검찰 스스로 자신들의 과오를 자인하고 있는 만큼 과거 참여정부 시절과 같은 검사들의 집단적인 반발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반면 경찰은 민 차장이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된 것만으로도 수사권 조정은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대통령의 원칙적인 발언에 반발하는 것은 과민한 반응”이라면서 “청와대의 구체적인 수사 조정안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며 표정 관리를 했다.
한편 차기 경찰청장으로 유력했던 이주민 서울청장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축소 수사 의혹에 연루돼 ‘치안총감’의 꿈이 무산됐다.
민 차장이 경찰청장에 임명되면 검·경의 수장을 모두 호남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 전남 영암 출신인 민 차장은 경찰대 4기로 1988년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국민안전 혁신추진TF단장 등을 거쳐 2015년 인천경찰청 제1부장을 지냈다. 이후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 서울경찰청 차장,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지낸 뒤 지난해 말부터 경찰청 차장을 맡았다. 2016년 말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치안정감으로 1계급 승진하는 등 초고속 승진의 연속이었다. 이어 반년 만에 또 1계급 승진을 눈앞에 두게 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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