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큰 형님’ 투혼에 감독도 “존경스럽다”…노경은 “대표팀 발탁 이유 증명해 기뻐”

류재민 기자
입력 2026 03 10 07:30
수정 2026 03 10 07:30
호주전서 급히 등판해 2이닝 무실점
은퇴 위기 등 넘기고 태극마크 맹활약
“최선의 경기력으로 이기도록 준비”
나이는 정말로 숫자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큰 형님’ 노경은(42·SSG 랜더스)이 투혼을 불사르며 동생들의 미국 마이애미행 비행기 탑승권을 끊게 했다.
노경은은 9일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맞대결에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2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기적 같은 7-2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 한국은 마운드 불안이 문제였다. 특히나 홈런이 많이 나오는 도쿄 돔의 특성으로 인해 투수들이 번번이 무너졌다. 전날 대만전에 모든 걸 쏟아붓고도 지면서 내상이 컸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날 선발로 등판한 손주영(26·LG 트윈스)은 1회만 던지고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최대 2실점까지만 허용 가능했던 한국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을 구한 게 바로 노경은이다. 노경은은 어깨를 제대로 풀 시간도 없이 마운드에 올라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노경은이 시간을 벌어주면서 한국도 고비를 넘기고 남은 경기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노경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등판은 경기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일찍 던지게 될 줄은 몰랐다”며 “그냥 가지고 있는 힘을 다 짜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팔이 빨리 풀리는 걸 김광삼 대표팀 코치님이 알고 계셨고 저도 당장 나가겠다고 했다”고 떠올리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노경은은 2013년 WBC에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러나 한국은 당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직전 대회 준우승팀의 자존심을 구겼다.
13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사이 노경은은 은퇴 위기도 있었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로 우뚝 섰고 42세의 나이에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노경은은 이날 경기 포함 이번 대회 3경기에 등판해 3과3분의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는 1차전 체코와의 경기를 마치고 퇴근길에 “(내 임무는) 시키면 그냥 하는 것”이라며 씩씩하게 웃었는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날 호투로 자신의 발탁 이유를 증명해냈다.
그 역시 이 점을 가장 기뻐했다. 노경은은 “내가 대표팀에 뽑히게 된 것을 증명하게 돼서 마음의 짐을 덜었다. 내가 여기 온 게 증명되고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나는 국가대표 선수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뛰겠지만 8강 진출을 해서 다행”이라며 “국민들이 너무 성원을 많이 해주셔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답할 수 있어서 나도 영광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 역시 노경은의 호투에 박수를 보냈다. 류 감독은 “오늘 투수 수훈갑은 노경은”이라며 “생각지 않았던 손주영의 부상이 나오면서 어려운 상황이 됐다. 노경은이 오늘 2이닝을 막아준 건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칭찬했다.
한국은 D조 1위와 8강전을 치른다. D조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아 상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가 누가 됐든 선수들의 필승 의지는 충만하다. 노경은은 “어차피 한 경기 지면 끝”이라며 “최선의 경기력으로 한 경기씩 이기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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