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미란, 마당의 정서를 현대 건축으로 재해석하다

[송산문화스포츠센터 메인투시도 /제공= 건축가 김미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제이알건축사사무소(JR Architects)의 파트너 김미란(Miran Kim) 건축사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머무르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상의 공간을 현대 건축으로 새롭게 해석해온 건축가다. 그중에서도 공공 프로젝트인 ‘송산문화스포츠센터: 한 마을 네 가족’은 그녀의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 접근 방식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네 개의 프로그램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으며, 그 해답은 1980~1990년대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 속 ‘마당’의 풍경에서 찾았다.

드라마 속 서로 다른 세대의 세 가족이 각자의 사연과 갈등을 안고 한 지붕 아래 살아가던 일상 속에서, 마당은 단순한 외부 공간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교차하며 가장 많은 사건이 펼쳐지는 입체적인 무대였다. 드라마 속 마당은 일상의 배경이면서도 관계를 만들어내는 중심 공간이었다. 평소에는 평범한 통로이지만, 김장날이면 모두가 모이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잔칫날에는 연회장이 되었다. 낮에는 빨래를 하며 수다를 나누고, 사소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밤이 되면 다시 막걸리 한 주전자를 나누며 화해하는 장소였다. 여름이면 수박을 나누어 먹고 모기향을 피워두고 더위를 식히는 휴식의 공간이었으며,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놀이터가 되었다.

각 세대는 저마다의 취향과 고유한 삶의 방식을 지니지만, 마당으로 나오면 서로의 개성이 충돌하고 섞인다. 그 과정에서 ‘다름’은 ‘틀림’이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진다. 마당은 개성을 지우지 않으면서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유연한 공간이다. 김미란 건축사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러한 공간의 구조와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의 방식이었다.

송산문화스포츠센터 ‘한 마을 네 가족’은 이러한 마당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간이다. ‘한 마을 네 가족’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소통하는, 작은 마을의 따뜻하고 친근한 공간 구조를 뜻한다. 서로 다른 기능과 정체성을 지닌 네 개의 독립적인 프로그램은 ‘네 가족’이라는 은유 아래, 각자의 개성과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고립되지 않은 채 하나의 유연한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때 연결마당은 개성 강한 프로그램 간의 경계를 완충하거나 이어주고, 머무름과 만남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공유의 장소가 된다. ‘한 마을 네 가족’은 공공건축 안에서 유쾌한 소통을 복원하며 따뜻한 공간 탐구를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기능을 나열한 스포츠 센터가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마당의 활기와 이웃 간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오늘의 공공건축으로 재해석한 설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건축적 접근은 최근 국제적인 성과로도 이어졌다. 김미란 건축사는 미국 국제어워즈협회(IAA, International Awards Associate)가 주관하는 국제 디자인 어워드, ‘2025 뮤즈 디자인 어워드(MUSE Design Awards)’ 건축 분야에서 은상(Silver Winner) 2관왕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100년 진주 실크 산업의 시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SILK HILL’로 Architectural Design – Museum, Exhibits, Pavilions 부문 은상을, 6·25전쟁 참전 22개국의 희생을 일상의 공간 경험으로 전환한 ‘산들의 정원(The Garden of Mountains)’으로 Architectural Design – Memorials 부문 은상을 각각 차지했다.

[송산문화스포츠센터 체육관, 연결마당 /제공= 건축가 김미란]


‘산들의 정원(The Garden of Mountains)’은 광화문광장과 경복궁을 잇는 역사적 축선 위에서 6·25전쟁의 기억을 재해석한 프로젝트다. 위압적인 기념비 대신 참전 22개국을 ‘산’의 이미지로 형상화해, 걷고 머무르며 휴식과 사색, 문화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열린 공간으로 추모 방식을 전환했다. ‘SILK HILL’은 100년 진주 실크 산업의 시간을 현대의 문화 공간으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산업 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사람들이 직접 걷고 머물며 즐기는 생생한 문화 경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들 작업은 산업과 역사의 기억을 건축적 공간으로 번역하고,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사람과 장소, 자연이 교차하는 열린 경험의 장으로 확장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미란 건축사는 현재 ㈜제이알건축사사무소(JR Architects)의 파트너로 활동하며 공공건축·문화건축 분야뿐만 아니라 민간건축 분야에도 영역을 확장하며 꾸준히 성과를 쌓아오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최적의 설계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건축물의 환경적 영향 저감과 공사 효율성 향상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을 적용해왔다. 단기적 완성도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건축 성능을 중시하는 접근을 통해 실무 현장에서의 신뢰를 축적해왔다.

김미란 건축사는 한국에서 건축학 학사·석사를 취득한 뒤 미국 시카고예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MFA 학위를 받았으며, 건축사 자격 취득 후 대한건축사협회(KIRA)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후 송산문화스포츠센터 건립 설계공모(2025)에서 파이널리스트(5위)로 선정됐고, 이문2동 복합청사·공영주차장 설계공모(2021)에서는 가작 1위를 차지하는 등 공공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이어왔다. 또한 제8회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Honorable Mention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공동체를 연결하는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건축을 통해 김미란 건축사의 수상 경력을 이어갈 작업들이 계속해서 선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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