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려아연 최윤범 선임에 의결권 미행사…사실상 반대(종합)

김지예 기자
입력 2026 03 20 11:57
수정 2026 03 20 18:32
“기업가치 훼손·주주 권익 침해 이력”
고려아연 “결정 존중”…노조는 반발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주주총회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2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전날 제5회 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을 비롯해 HS효성첨단소재, LG전자, 포스코퓨처엠, 네이버 등 13개사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수책위는 고려아연의 이달 24일 주주총회 안건 중 최윤범 사내이사 선임, 황덕남 사외이사, 박병욱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 대해 의결권 ‘미행사’를 결정했다.
해당 안건은 집중투표제에 따른 이사 선임에 관한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 표를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은 결국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재선임에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김보영·이민호 감사위원 후보 선임에는 명시적으로 반대하기로 했다. 수책위는 이들 의결권 ‘미행사’, ‘반대’ 대상자들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수책위는 또 월터 필드 맥랠런·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 최병일·이선숙 사외이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로 받은 의결권을 2분의1씩 나눠서 행사하기로 했다. 영풍과 그 계열사 와이피씨(YPC), MBK파트너스 측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제안한 최연석, 최병일, 이선숙 이사와 크루서블 JV(조인트 벤처)가 제안한 월터 필드 맥랠런 이사에 절반씩 표를 분배한 것이다. 이 밖에 수책위는 고려아연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등 다른 안건에는 모두 찬성을 결정했다.
고려아연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경영권 분쟁 표 대결의 캐스팅보트로 꼽혀왔다.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연합은 각각 40% 안팎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연금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최윤범 회장 체제에 대해 명확한 신뢰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지배구조의 구조적 결함과 통제 실패 여부에 대한 판단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최윤범 회장 주도의 의사결정 구조와 이사회 운영, 그리고 감사기능 전반이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권익 보호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책위의 전략적 의결권 행사 방향을 존중하며, 여러 위원들의 의견과 다양한 함의를 가진 결과를 고려아연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모멘텀으로 삼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크루서블JV 후보에게 절반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나머지 절반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새롭게 추천된 이사 후보들에게 분배한 것은 이사회 다양성과 시장 친화적 소통 강화를 고려한 균형적 판단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노조는 성명을 내고 “국가 기간산업 수호와 고용 안정을 위해 즉각 미행사 결정을 철회하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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