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이첩, 판사는 규정 밖?”…조희대 대법원장 ‘법왜곡죄’ 수사 관할 딜레마 [로:맨스]

김주환 기자
입력 2026 03 21 08:00
수정 2026 03 21 08:00
우선 수사권 명문화된 규정 없어
입법 공백에 헛도는 ‘법왜곡죄’ 수사
공수처 타 기관 이첩 요구 한계
경찰 수사도 영장 등 실무적 난관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모해위증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이 ‘법왜곡죄’로 고발당한 가운데 수사할 주체를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모두 딜레마에 빠졌다. 어느 기관이 수사 주체가 돼야 하는지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데다, 명확한 이첩 규정 등이 입법 단계에서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법왜곡죄 고발장이 경찰과 공수처에 동시 접수됐으나 두 기관 모두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법관을 대상으로 한 법왜곡죄 고발 사건이 동시 접수될 경우, 우선 수사권이 어디에 있는지 명문화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법왜곡죄가 공수처의 명시적 수사 대상으로 특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공수처법은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왜곡죄는 형법 123조의 2에 규정돼 있어 이 범위 안에 포함된다. 다만 새로 도입된 범죄인 데다 적용 기준과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가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저희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명확하게 규정이 적시된 게 없다”고 했다.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왜곡죄 자체만으로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사건 처리 과정에서 대법관이나 재판연구관 등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정황이 있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된다면, 이를 공수처 관할 관련 범죄로 묶어 수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경찰에 사건 이첩을 요구하는 방식 역시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수처가 이첩요구권을 발동하더라도, 법왜곡죄 단독으로는 공수처 수사가 어렵다는 해석이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이첩 요구는 향후 논쟁이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수처법이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공수처로 즉시 이첩하도록 의무화하면서도, 대법원장을 비롯한 ‘판사’는 동일한 의무 이첩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도 구조적 공백으로 지목된다.
수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혼선이 가중되는 가운데 고발전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2일 법 시행 이후 조 대법원장은 물론, 일선 부장판사들·공수처 지휘부·특검 관계자 등 수십명이 고발됐다. 조 대법원장을 1호로 고발한 측이 시민단체에 의해 무고 등의 혐의로 맞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사건을 용인서부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로 이송했지만, 대법원장의 ‘의도적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법관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받아야 하는 실무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일선 법관의 심리적 위축을 막기 위해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차원의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 중이다.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