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정우성, 이번엔 나쁜 놈

영화 ‘감시자들’서 첫 악역·조연

“30대 때는 좀 나태했던 것 같아요. 요 근래 정신을 바짝 차렸죠”

정우성(40)은 솔직했다. 딱 5년 전 여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때 봤던 그가 다소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이었다면 ‘감시자들’(조의석·김병서 감독, 7월 3일 개봉)로 다시 만난 그는 180도 변해 있었다. 넉살에 여유까지 생겼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에게 변화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에서 정우성은 데뷔 20년 만에 처음 악역을 맡았다. “쿨한 악당이면서도 하찮은 범죄자, 아무런 감정도 섞지 않는 절제된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마흔이 넘어서면서 더 여유로워 졌어요. 30대는 뭔가 다 아는 것 같은 착각을 했는데 그저 20대를 지나 나이만 더 먹었을 뿐인 거였어요. 40대가 되니까 진짜 남자가 된 것 같아요. 그동안 혼자만의 개그인 일명 ‘무인도 개그’를 주로 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을 웃길 수도 있게 됐고요(웃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우시절’ 이후 4년 만의 복귀작인 ‘감시자들’은 그의 수려한 외모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길었던 공백기가 못내 아쉬운 듯 연일 홍보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조조 영화를 혼자 보러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한국 영화들이)개봉하면 몇백만명은 기본으로 흥행하는 이 좋은 시절에 나는 도대체 뭐하고 있나, 그런 생각도요. 빨리 영화를 들고 나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조바심에 끌려다닐 순 없었어요. 좋은 작품이 나올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렸죠.”

심사숙고 끝에 고른 작품이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활약을 그린 이번 영화다. ‘감시자들’은 범죄 대상을 감시하는 경찰 감시반 요원들의 활약을 그린 범죄액션 영화. 동물적 직감을 지닌 감시 전문가 황 반장(설경구)과 경찰대를 갓 졸업한 신참 하윤주(한효주)는 신분을 숨긴 채 범죄자들을 쫓는다. 영화는 이들의 감시망을 피해 범죄행각을 일삼는 비밀 조직의 리더 제임스(정우성)와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이는 내용이다. 그의 극중 역할은 냉정하고 치밀한 범죄 조직의 리더.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그로서는 처음 도전하는 악역이다. 존재감은 주연급이지만 기실 역할 비중으로만 보면 조연에 가깝다. “연기 인생에서 악역이나 조연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역할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키를 쥔 캐릭터라 좋았다”는 그다. 예상 외로 선뜻 출연을 결정하자 영화사는 그의 비중을 키워주려고까지 했지만 그는 반대했다. 원래 스토리를 훼손하기 싫었다.

“예전에는 (관객들이) 제 연기는 보지 않고 외모만 보는 게 불만이었어요. 그래서 애써 부정해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게 저만의 고유한 매력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공백기 동안 많은 고민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역할을 하자는 거였어요. 이번 영화에는 모던한 서울에서 활약하는 정우성의 모습이 담겨서 만족합니다.”

그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다.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습벽이 생긴 것은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였다. “‘비트’, ‘태양은 없다’로 화려한 20대를 보냈고 그때는 어떤 일을 해도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다. 그게 독이었다. 그 후 30대에는 자의반 타의반 작품 공백이 길어져 ‘나태하게’ 흘려 보낸 시간이 많았다. 그 스스로가 그 시간들을 “슬럼프였다”고 되돌아본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슬럼프는 어쩌면 아무도 몰래 스스로를 단련시킨 담금질의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그의 연기 철학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자’. 20년을 톱스타로 롱런한 그는 다음 달 또 새 영화 작업에 들어간다. 바둑을 소재로 한 액션물 ‘신의 한수’다. “(작품이)들어오는 대로 열심히 할 계획이에요. 아직 한번도 해보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액션 멜로에도 관심이 많아요. 결혼이요? 아마 5년 안에는 힘들지 않을까요(웃음).”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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