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사망 위험, 얼굴에 드러난다”…AI가 주목한 ‘이 부위’ [헬스픽]

김유민 기자
입력 2026 10 25 06:21
수정 2026 10 25 06:21
암 환자의 얼굴 사진 한 장만으로 사망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특히 AI가 환자의 눈 아래와 콧등 부위에 주목해 생존 가능성을 분석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의대 계열 의료연구기관 매스제너럴브리검 연구진은 얼굴 사진을 분석해 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평가하는 AI 도구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의학 학술지 ‘랜싯 디지털 헬스’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얼굴 사진을 바탕으로 환자의 나이를 추정하는 AI와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AI를 각각 개발했다. 이 가운데 생존 예측 AI는 환자의 얼굴 사진을 분석해 0점부터 1점까지 위험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분석 결과 위험 점수가 높은 환자일수록 사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험 점수가 0.9점 이상인 환자의 절반은 방사선 치료 후 90일 이내에 사망했다.
위험 점수에 따른 생존율 차이도 뚜렷했다. 점수가 가장 낮은 집단의 5년 생존율은 78.1%였지만, 가장 높은 집단은 17.7%에 그쳤다.
얼굴 사진으로 나이를 추정하는 AI 역시 환자의 건강 상태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했다. 실제 나이보다 5살 이상 늙어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21% 높았다.
이 같은 예측 성능은 환자의 연령과 성별, 인종, 암 종류가 다른 집단에서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네덜란드 암 환자 약 490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검증에서도 얼굴 분석 결과와 생존율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것은 AI가 얼굴의 어느 부위를 분석하는지였다.
분석 결과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AI는 주로 콧등과 눈 바로 아래 부위에 주목해 환자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나이를 추정하는 AI는 팔자주름과 이마, 관자놀이 등을 주로 분석했다. 다만 AI가 해당 부위에 주목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방사선종양학 전문의 레이먼드 맥 교수는 이 같은 결과를 확인한 뒤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의 기록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히포크라테스는 눈과 관자놀이가 움푹 꺼지고 코가 뾰족해지는 모습 등을 죽음이 임박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 징후로 기술한 바 있다.
맥 교수는 의사들이 환자의 외형을 보고 건강 상태를 평가하도록 훈련받지만, 실제로 임종을 앞둔 환자의 남은 생존 기간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활용하면 얼굴 사진 한 장만으로도 생리적 예비력과 사망 위험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생리적 예비력이란 질병이나 치료로 인한 신체적 부담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의사의 판단을 보완하고 암 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환자의 건강 상태에 관한 의료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 추가적인 판단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맥 교수는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과도한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며, AI가 의료진에게 환자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얼굴 사진만으로 암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얼마나 유용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서리대의 영상처리·머신러닝 전문가 미로스와프 보버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흥미롭고 탄탄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특히 네덜란드 암 환자 약 5000명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집단을 통해 예측 성능을 검증했다는 점을 주요 강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AI가 기존 의료진의 판단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버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가 의사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언가를 포착하는지 여부를 검증하지 않았다”며 “임상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점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에서 언급된 ‘생물학적 나이’에 대해서도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가 실제 신체의 노화 과정을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니라 얼굴의 외형을 바탕으로 나이를 추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 환자의 얼굴 외형과 생존율 사이에 통계적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AI가 환자의 사망 위험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곧 개인의 정확한 생존 기간을 예측하거나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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