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섭 얼굴’ 달고 30년 팔아…알고보니 “무단” 1억 배상 판결
이보희 기자
입력 2026 09 16 23:39
수정 2026 09 16 23:41
백일섭, 주방용품 업체 상대 소송서 승소
1990년대 중반부터 사진 무단 사용
배우 백일섭의 사진을 허락 없이 주방용품에 부착해 수십년간 판매한 업체에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5단독 문현정 부장판사는 백일섭이 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문 부장판사는 A사가 백일섭에게 재산상 손해 8000만원과 위자료 2000만원 등 총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냄비 등 자사 주방용품에 백일섭의 사진이 인쇄된 스티커를 붙여 판매했다. 회사 홈페이지와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된 제품 사진과 설명에도 백일섭의 사진이 노출됐다. 일부 쇼핑몰에서는 ‘백일섭 냄비’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하기도 했다.
백일섭 측은 2019년 9월 A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사용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A사는 이후에도 지난 2월 폐업할 때까지 백일섭이 회사 모델인 것처럼 제품을 홍보하며 영업을 이어갔다. 폐업 이후에도 홈페이지와 인터넷 쇼핑몰에는 백일섭의 사진이 붙은 제품 사진이 게시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일섭은 자신의 동의 없이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행위가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성명권을 침해했다며 1억 5443만원을 청구했다.
A사는 1994년쯤 백일섭과 기간을 정하지 않은 광고모델 계약을 구두로 체결했고, 2010년쯤 모델료 1000만원도 지급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 부장판사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백일섭 측이 2019년 사진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점에 비춰 이후 사진 사용을 묵시적으로 허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백일섭이 주장한 퍼블리시티권과 성명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재산권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제품에 부착된 스티커에 백일섭의 이름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백일섭의 동의 없이 사진을 제품 홍보에 사용한 것은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문 부장판사는 “피고가 원고의 허락 없이 원고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원고는 초상의 대가 상당액을 얻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백일섭의 인지도와 사진이 사용된 기간, 업체의 추정 이익 등을 고려해 재산상 손해를 8000만원으로 산정했다.
문 부장판사는 “연예인 등 공인의 경우 직업 특성상 초상이 대중 앞에 공개되는 것을 포괄적으로 허락해 인격적 이익의 보호 범위가 일반인보다 제한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자신의 초상이 상업적 광고나 선전 등에 이용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위자료 2000만원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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