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 속 ‘미세플라스틱’, 수돗물의 3배…“혈관 타고 뇌로” 600만개 범벅

김성은 기자
입력 2026 02 09 05:57
수정 2026 02 09 05:57
생수병을 여는 모습. 123rf
생수병 물 속 미세·나노 플라스틱 입자가 수돗물보다 3배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플라스틱 병 대신 유리나 스테인리스 병에 수돗물을 담아 마시면 플라스틱 노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7일 과학 전문 매체 스터디파인즈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이 생수 6개 브랜드와 오하이오주 정수장 4곳의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생수에서 리터당 평균 600만개의 미세·나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수돗물에서는 리터당 200만개가 나왔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리터당 260만~1150만개의 미세·나노 플라스틱 입자를 삼키게 된다고 밝혔다. 수돗물을 컵에 따라 마시면 리터당 160만~260만개 수준이다.
가장 깨끗한 생수의 플라스틱 입자 함량은 오염도가 가장 심한 수돗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평균적으로 생수는 수돗물보다 플라스틱 입자가 2배 많았다.
특히 생수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입자의 66%가 나노플라스틱이었다. 수돗물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보통 150㎛(마이크로미터)보다 큰 플라스틱 입자는 소화기관을 통과하고, 10~130㎛ 입자는 조직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10㎛ 이하는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나노플라스틱은 머리카락보다 100배 작은 1㎛ 이하 크기다. 이 정도로 작으면 혈관을 타고 몸속을 돌아다닌다. 장기에 쌓일 수 있고, 심지어 뇌를 보호하는 장벽도 뚫고 들어간다.
생수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플라스틱은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였다. 바로 생수병을 만드는 재료다. 두 번째로 많았던 폴리아마이드는 생수 정화 시스템에 쓰이는 물질이다. 세 번째는 고무로, 병 뚜껑의 밀폐재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병 자체가 물을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뚜껑을 열고 닫을 때마다, 가방 속에서 흔들릴 때마다, 온도가 변할 때마다 더 많은 플라스틱 입자가 물속으로 떨어진다.
수돗물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폴리아마이드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고무와 각종 폴리에스테르였다. 수돗물의 플라스틱은 정수 과정보다는 원래 수원인 강과 호수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에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전자현미경과 광열적외선분광법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300나노미터(㎚)까지 작은 입자를 찾아냈다. 기존보다 30배 작은 크기다. 기존 미세플라스틱 식별 기술은 5~10㎛보다 큰 입자만 찾아낼 수 있었지만, 수돗물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입자의 80%가 5㎛보다 작았다. 기존 연구가 플라스틱 입자 5개 중 4개를 놓쳤던 셈이다.
이번 연구 역시 300나노미터까지 측정할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을 포함해 실제 플라스틱 입자 수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구를 이끈 메건 제이미슨 하트 박사는 “생수 소비를 줄여 미세·나노플라스틱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미세·나노플라스틱이 당장 사라지진 않겠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 앞으로 그 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트 박사는 “생수 구매를 멈추고 수돗물을 마시라”고 권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돗물을 정수해서 유리나 스테인리스 병에 담아 마시는 것이다. 수원에서 온 플라스틱 입자는 어쩔 수 없지만, 용기에서 나오는 추가 오염만큼은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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