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과로사 더는 없도록… 제주, 전국 첫 ‘건강검진비 지원’ 도입

강동삼 기자
입력 2026 03 19 13:38
수정 2026 03 19 18:28
도·택배사·병원·노동자 ‘4자 분담’ 전국 첫 시도
5개 택배사 25일까지 합의안 본사와 검토해 제출
나머지 1개사도 휴무일 지정 관련 추가 검토 제출
제주도가 택배노동자 건강검진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과로와 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된 택배기사들의 건강을 사회 전체가 나눠 책임지겠다는 취지다.
제주도는 19일 오후 4시 도청 백록홀에서 고용노동부, 도내 의료원, 택배노동조합, 주요 택배회사 본사·지사·영업점이 참석하는 2차 실무협의회를 열고, 택배노동자 건강검진비 지원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일정부분 도출해냈다.
실무회의에는 롯데글로벌로지스, CJ대한통운, 한진택배사업본부, 로젠택배, 쿠팡CLS, 우체국물류지원단 등 6개사가 참여한다.
합의안에 따르면 핵심은 ‘4자 분담 구조’다. 1인당 평균 36만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검진비를 제주도(40%), 택배사 본사(30%), 의료원(20%), 노동자(10%)가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다. 검진일에는 영업점을 쉬도록 하고, 도가 노동자에게 유급병가비 10만원을 별도로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도내 택배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 1100여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주의료원·서귀포의료원과 협업해 근골격계 질환 등 직업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올인원 건강검진 패키지’를 마련한다.
제주도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쿠팡 새벽배송 도중 숨진 30대 택배기사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됐지만, 장시간 노동과 과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졌다.
이후 도는 같은 해 12월 26일 택배회사 지점장 간담회를 열고 도내 의료기관·택배사와 협의를 시작했다. 올해 1월 8일 1차 실무협의회를 연 데 이어 1월 30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주 방문 시 관련 사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통상 수개월이 걸리는 사회보장 심의도 이례적으로 2주 만에 완료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전국 최초로 제주형 건강검진비 지원에 대해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완료했으며 이후 2~3월 택배사 본사·영업점, 의료원과 의견 수렴을 이어왔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일부 택배사는 “지역 간 형평성과 비용 부담, 복잡한 계약 구조가 부담스럽다”며 참여에 신중한 입장이다. 검진일에 대체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제주도의 시도는 건강검진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가 보장해야 할 기본 조건’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회의 결과 당초 조건부 긍정을 보였던 택배사 3곳과 부정적 의견을 보였던 2개 택배사도 25일까지 합의안에 대해 본사와 검토해 그 결과를 제출하기로 했다. 나머지 1개 택배사는 휴무일 지정에 대해 추가로 검토해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도는 25일까지 각 택배사(본사)의 의견을 제출받고, 도의 건강검진 정책안에 동의한 택배사와는 추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7월 추가경정예산 확보를 거쳐 8월부터 건강검진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오영훈 지사는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택배노동자 건강검진비 지원 제도에 택배사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며 “플랫폼·이동 노동자·프리랜서 등 취약 노동 계층에 대한 보호 체계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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