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풀어주는 검사” 변진환 검사… 변호사로 인생2막 연다

다음주내 명예퇴직… 법무법인 동인서 변호사로 첫발
가습기살균제·옵티머스·드루킹댓글조작· 4·3사건…
사회적 파장 큰 굵직한 사건 수사 경험한 ‘특수통’ 정평
4·3 직권재심, 1241명 희생자 무죄 판결 이끌어내기도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장 변진환 검사가 다음주 명예퇴직을 해 법무법인 동인에서 변호사로 인생 2막을 연다.


“그동안 검사로서 사회적 진실을 밝히는 일을 했다면, 앞으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장을 맡고 있는 변진환(53) 부장검사가 다음주 명예퇴직하며 20일 이같이 밝혔다.

검찰에서 ‘억울함을 푸는 검사’로 불려온 그는 법복을 벗고 법무법인 동인에서 변호사로 인생 2막을 연다. 사회적 진실을 좇던 검사에서 이제는 개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법률가로 변신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변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안양지청·안산지청, 울산지검, 의정부지검 등을 거쳤다. 그의 부친은 중등교사 출신으로 유명 서예가였던 고(故) 변영탁 선생이며 ‘폭풍의 화가’ 고(故) 변시지 화백과는 5촌 지간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회적 파장이 큰 대형 사건을 팀 단위로 수사한 경험이 풍부한 강력·특수·금융·기업범죄를 두루 맡아온 ‘특수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1740여 명의 사망자와 피해자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로, 기업의 제품 안전관리 책임과 화학제품 안전 관리 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변 전 검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팀에서 기업 책임을 규명하는 수사에 참여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 근무 당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수사팀에 참여했다. 이 사건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속여 1조 2000억원대 펀드를 판매한 대형 금융사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피해자만 1160여 명에 달했다. 그는 옵티머스 펀드 대표 등 사건 주범들을 구속하는 수사에 관여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검 수사팀에서도 활동했다. 인터넷 포털 기사 댓글의 추천 수를 자동으로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론을 조직적으로 조작한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변 전 검사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실체를 규명하는 수사에 참여하며 핵심 증거 확보 과정에 관여했다.

변호사로 새 출발하는 변진환 전 검사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무엇보다 그의 이름이 많이 언급되는 사건은 제주 4·3 사건 직권재심이다.

제주 4·3 사건은 1948년 제주에서 발생한 국가폭력 사건으로 당시 군사재판 등을 통해 수많은 주민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제주 4·3 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에서 활동하며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재심 절차에 참여해 억울한 한을 풀었다.

그가 속한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은 1241명의 희생자에 대해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아 70여년 만에 명예를 회복시켰다. 70여년 전, 국가의 이름으로 씌워진 ‘유죄’라는 낙인은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짓눌렀다. 그는 그 낙인을 지우는 일에 뛰어들었다. 기록을 뒤지고, 사람을 만나고,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희생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유족의 고통을 마주한 ‘발로 뛰는 검사’였기에 가능했다.

서귀포 출신인 그는 고향의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억울함으로 말문이 막힌 유족들 앞에서 그는 검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서 있었다. 2년여 동안 진정성 있는 판결을 이끌어 유족들로부터 삼촌 같은 검사라는 말도 들었다. 유족과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그는 지금도 4·3 단어만 나와도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이런 특이한 이력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그를 ‘억울함을 풀어주는 검사’로 부르는지도 모른다.

기업 금융범죄 수사 경험도 풍부하다. 그는 현대중공업 납품 비리 사건, 코오롱 유통 비리 사건, 참존 계열사 부당 지원 사건 등 대기업 관련 금융·경제범죄 사건을 다수 수사했다. 이러한 수사 성과로 대검찰청 우수 수사·공판 사례에 총 10회 선정되기도 했다.

지인들은 그를 한결같이 열정 넘치고 유머러스하며 인간미 넘치는 검사라고 부른다.

검찰 내부에서도 누구보다 후배 검사들을 챙기는 검사로 알려져 있다. 안산지청 근무 당시 장기 미제 사건이 쌓이자 후배 사건 37건을 자진해 처리한 일화는 그의 업무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까지 변 전 검사는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장으로 식품·의약품 위해 사범 수사를 지휘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과 협업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 재직 중 법무부 장관 표창 2회, 특별검사 표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표창 등을 받기도 했다.

법복을 벗은 그는 법무법인 동인에서 형사, 금융범죄, 기업범죄, 식품·의약 사건 및 중대재해 사건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검사로서 수많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법이 얼마나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억울한 사람을 보호하고 공정한 법 적용을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듯 한마디 더 강조했다.

“법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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