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끈 찾아줘요” 청주여자교도소서 하루 100건 민원…교도관 ‘비명’ 터진 상황 [이슈픽]

EBS1 ‘극한직업’에서는 국내 최대 여자 교정 시설인 청주여자교도소의 내부 모습과 교도관들의 업무 모습이 그려졌다. 왼쪽 사진은 기동순찰팀이 수검(교도소 내 소지나 반입이 금지된 물품을 수색하고 검사하는 행위)을 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청주여자교도소 전경. EBS ‘극한직업’ 유튜브 채널 캡처, 서울신문DB


청주여자교도소 교도관들이 수용자 민원에 시달리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EBS1 ‘극한직업’에서는 국내 최대 여자 교정시설인 청주여자교도소의 내부 모습과 교도관들의 업무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방송 영상이 짧은 클립으로 편집돼 공개됐다.

영상에는 경력 6년 차의 강유진 교도관이 민원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수용자들은 인터컴(Intercom·특정 건물이나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사람들끼리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독립된 음성 통신 시스템)을 통해 “목욕탕에 머리끈을 두고 왔는데 찾아달라”, “혈압계 좀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강 교도관은 “사소한 민원이 계속 시시때때로 들어온다. 많으면 100건 정도 요청을 받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청주여자교도소 교도관들이 수용자 민원에 시달리는 모습. EBS ‘극한직업’ 방송 캡처(교정본부TV 유튜브 채널)


특히 한 수용자는 “체온계를 가져다 달라”고 요구한 뒤 교도관이 다른 업무를 하느라 요청 사항이 늦어지자 다시 민원을 넣으며 재촉하기도 했다.

강 교도관이 체온계를 건네며 “어디 아프냐”라고 걱정하자, 수용자는 “아프니까 말하죠. 제가 안 아픈데 말하겠냐”고 말했다. 이에 강 교도관이 “병원은 갔다 왔냐. 진료 신청은 했느냐”고 묻자 “갖다 달라고 할 때 빨리빨리 가져다주면 되지 않냐. 하는 일도 없지 않냐”며 역정을 냈다. 그러면서 체온계를 돌려달라는 강 교도관에게 “내가 잴 때까지 기다려라. 재촉하지 말라”고 말했다.

다른 일을 하기 힘들 만큼 민원이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수용자의 건강을 살피는 것도 교도관의 업무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강 교도관은 “의료적인 부분이다 보니까 정말 아플 수도 있는 거고, 꾀병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없다”며 “요구하면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상을 본 한 네티즌은 “너무 화난다. 청주여자 교도소인데 수감자들이 쓸데없는 요청을 많이 한다. 하루에 100건 정도 받는다는데 그 내용이 ‘머리끈 찾아달라’, ‘혈압계 달라’, ‘체온계 달라’ 등이다”라면서 “일하느라 순차적으로 가져다주면 늦게 가지고 왔다고 뭐라 한다. 범죄자들이 왕이다”라고 분노했다.

5인실에 9명 생활…‘과밀 수용’ 어쩌나1989년 10월 문을 연 청주여자교도소는 전국 최대 규모의 여성 전담 수용 시설이다. ‘계곡 살인사건’ 이은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고유정 등 여성 강력사범들이 대거 모여 있는 곳이다. 1급 모범수부터 정신질환자 200여명, 마약사범 170여명 등 고난도 수용자들까지 한곳에 몰려 있어 교정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근무 강도가 특히 높은 ‘험지’로 꼽힌다.

18일 충북 청주여자교도소 운동장에서 재소자들이 하루에 30분 주어지는 운동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주여자교도소는 정원이 610명이지만 실제로는 800명 이상이 수용돼 있다. 청주 홍윤기 기자


청주여자교도소 정원은 619명이지만 현재는 이보다 많은 800여명의 수용자가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정원 5명인 거실에 8~9명이 함께 생활한다. 야간 근무 시에는 교도관 1명이 15시간 동안 100~150명의 수용자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밀 수용 문제는 청주여자교도소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법무부가 발간한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교정기관의 수용 정원은 5만 614명이었으나 1일 평균 수용 인원은 6만 3680명으로 집계됐다. 정원 대비 수용률은 125.8%에 달했다. 교정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1일 평균 수용 인원은 3.8명이다.

전국 55개 교정기관 중 수용률이 100% 미만인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수용률 130% 이상인 기관은 18곳, 120% 이상은 19곳, 110% 이상은 7곳으로 전체 기관의 80% 이상이 과밀 상태였다.

과밀 수용의 문제는 수용자들의 규율 위반 행위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수용자 징벌 부과 건수는 총 3만 4510건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사유로는 입실 거부가 1만 3607건(39.4%)으로 가장 많았고 수용자 간 폭행 7048건(20.4%), 수용 생활 방해 4064건(11.8%) 순이었다.

특히 교정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재소자의 폭행 사건은 2016년 157건에서 지난해 629건으로 4배 이상 폭증했다.

수용자들이 교도관들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고발하는 사건도 매년 수백 건에 달했다. 정작 혐의가 인정돼 기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각하 처분이 내려졌다.

지난달 18일 충북 청주여자교도소의 한 수용방의 모습. 화장실과 세면대를 제외하고 5평 남짓 되는 정원 6명의 공간에서 현재 11명이 생활한다. 정원 대비 2배로 수용자 한 명당 1.87㎡(약 0.5평)를 쓰고 있다. 수용 인원이 많은 탓에 낮 시간대에는 교도관 2명이 120명이 넘는 수용자를 관리하기도 한다. 청주 홍윤기 기자


현장의 어려움이 교도관들의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법무부의 2024년 교정공무원 정신 건강 실태 분석에 따르면 조사 참여자의 약 20%가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했다. 자살을 한 번 이상 계획한 사람은 일반인보다 2.7배 많았고 실제 자살을 시도한 직원은 1.6배 많았다.

교도관이 겪는 직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과밀 수용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량 및 인력 부족’이 꼽혔다.

이에 수용자를 교화시켜 재범을 막는다는 기본 목적 달성과 교도관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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