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의 저녁/이복렬 [서울신문 2026 신춘문예 -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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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려오면 등줄기가 더 시리다

등 기댈 곳 하나 없는 앞뒤가 허방이라

가로등 불을 밝히는

저문 거리로 나선다

차디찬 바닥 짚고 맨몸으로 버틴 나날

퇴근족 틈에 서서 올려다본 하늘에는

아득한 허공을 뚫고

별 하나가 떠 온다

눈꽃 핀 나뭇가지 뼈가 시린 엄동에도

먼 봄을 채근하는 깃 고운 새는 있어

쇼윈도 마네킹들의

옷차림이 가볍다

꽉 막힌 네거리를 활짝 여는 초록 신호

자동차 불빛 따라 발걸음이 빨라질 때

언 강이 용틀임하듯

닫힌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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