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오래 했더니”…가난에 찌든 사람, 50대부터 기억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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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의대 제공
미국 하버드대 의대 제공


오랫동안 저소득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50대에 기억력과 정보 처리 능력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0세 무렵 뇌 검사에서도 저소득 경험이 반복된 사람은 뇌 조직 감소와 관련된 지표가 좋지 않은 경향을 보였다.

일시적으로 소득이 줄었을 때보다 생활비와 공과금 부담이 여러 차례 반복됐을 때 기억력과 뇌 건강의 차이가 더 뚜렷했다. 경제난이 기억력 저하나 뇌 노화를 직접 일으켰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이어지는 빈곤을 줄이는 정책이 중년 이후의 건강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1946년생 영국인 2759명의 장기 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특히 이들이 26세·43세·53세였을 때 조사한 가구소득과 36~53세에 밝힌 생활비·공과금 부담을 기억력 검사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저소득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은 사람은 53세 때 단어를 기억하는 능력과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이 낮았다. 어린 시절 가정형편과 당시 인지 능력, 교육 수준 등을 고려한 뒤에도 차이는 남았다.

다만 이들의 기억력이 53세 이후 다른 사람보다 더 빠르게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경제난이 노년기의 기억력 감퇴를 앞당겼다기보다, 50대에 이미 능력 차이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일부 참가자가 69~71세에 받은 자기공명영상(MRI)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저소득 경험이 반복된 사람은 뇌 조직이 줄어들 때 커질 수 있는 뇌 속 공간인 ‘뇌실’이 상대적으로 컸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모든 사람에게서 뇌 위축이 더 빠르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남성과 어린 시절 형편이 어려웠던 사람, 알츠하이머병 위험과 관련된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뇌 변화가 더 뚜렷했다.

연구진은 계속된 돈 걱정이 스트레스를 높이고 판단과 기억에 쓸 정신적 여력을 줄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주거와 식생활, 일자리, 의료 이용 여건 등 경제난에 뒤따르는 생활환경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경제난과 기억력·뇌 건강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한 관찰연구다. 연구진은 장기간 이어지는 빈곤을 줄이는 정책이 중년 이후의 건강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경제적 지원이 실제 인지 저하나 치매를 예방하는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이노베이션 인 에이징’에 발표됐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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