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좀 받아주세요” 애걸, 긴박했던 이태원…생존자의 증언

입력 2022 10 31 11:14|업데이트 2022 10 31 11:17
3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 시민들이 두고 간 꽃이 놓여져 있다. 2022.10.30. 오장환 기자
3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 시민들이 두고 간 꽃이 놓여져 있다. 2022.10.30. 오장환 기자
이태원 참사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의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참사 당일 현장에 있었다는 A씨가 죽음의 공포와 싸웠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내, 자녀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는 A씨는 “밤 9시 30분쯤만 해도 사람이 많긴 했으나 어느 정도 통행은 가능했다. 그런데 해밀톤 호텔 쪽으로 이동할수록 사람들이 불어났고 인파에 휩쓸려서 가게 되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압박 강도가 점점 심해졌고 그때부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어 뒤로 빠지려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탈출은 쉽지 않았다. A씨는 “품에 안긴 아이가 무서워했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본능적으로 탈출을 생각했다. 하지만 앞뒤로 막혀서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때 A씨 눈에 ‘비상구’가 들어왔다. 그는 “골목 쪽으로 접어드는 순간 옆에 있던 커플이 오른쪽 주점 울타리를 넘어 탈출하더라. 본능적으로 그렇게 안 하면 답이 없겠다 싶어서 (도와달라고) 불렀는데 그분들도 경황이 없었는지 빨리 가버렸다”고 전했다.

A씨는 주점 울타리 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외국인에게 도움을 청한 뒤에야 겨우 인파 속을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울타리 안에 있던 외국인에게 아이를 받아달라고 외쳤고 그분이 아이를 받아준 다음에야 우리 부부도 울타리를 넘어서 그 주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업소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는 질문에 대해선 “문을 안 열어줬다기보다 사고가 난 줄 다들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 A씨는 답했다.

A씨는 “내가 탈출했던 그 주점도 대기가 길어 인원 파악을 하고 있었다”며 “내가 울타리로 들어갔을 때 직원들이 ‘들어오면 안 된다, 나가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때는 사고 발생 전이었기에 직원들은 자기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A씨가 주점 울타리를 통해 탈출한 시각은 29일 밤 10시쯤이었다. 모두 빠져나가겠지 생각하며 이태원을 빠져나간 그는 귀가 차량에서 참사 소식을 접하고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났던 골목이 막혔을 때 막힌 부분을 조금만 풀 수 있는 인원 통제라도 있었으면 그런 일이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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