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커피 나누고…질서유지 봉사” 탄핵광장서 민주주의 지킨 여성들 ‘올해 여성운동상’ [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 중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있다. 이지훈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성평등 민주주의를 지켜낸 여성들이 8일 ‘세계여성의날’ 118주년을 맞아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평등·돌봄·연대를 실천했다”며 영하의 날씨에도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친 여성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비롯한 광장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응원봉이 늦은 밤까지 반짝였습니다. 집회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은 바닥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며 질서를 지켰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는 평화로운 집회를 이끌기 위해 나선 여성 자원봉사자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습니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박미희(오른쪽)씨가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줄 간식을 정리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시민모임 ‘광장의 비상’에서 활동하는 최모(29)씨는 지난해 주말마다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노란 형광 조끼를 입고 붉은빛 경광등을 들었습니다. 그의 역할은 집회 현장의 통행을 정리하고 시민들의 이동을 안내하는 일이었습니다. 최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빛의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평화와 안전”이라며 “시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민주주의를 외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집회장 한편에는 따뜻한 차를 나누는 커피 부스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박미희(60)씨는 국회의사당 등에서 집회가 열릴 때마다 커피차를 몰고 나와 시민들을 맞이했습니다. 박씨는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어머니들이 시위자들에게 주먹밥을 내어줬던 마음으로 봉사한다”고 했습니다. 박씨는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부스에서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 마시고 가세요”라며 온기를 건네곤 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수학 강사 김모씨가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손수 만든 응원봉. 반영윤 기자


자신의 특기를 나눔에 활용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수학 강사 김모(51)씨는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글씨가 푸른빛으로 빛나는 응원봉을 들고 자주 광장을 찾았습니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직접 만든 응원봉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세계여성의날(IWD)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여성의날 주제는 ‘베풀수록 커진다’(Give to Gain)입니다. IWD 조직위원회는 “우리는 나눌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아낌없이 베풀며 성평등을 실현하자”며 “여성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때 우리 모두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광장에서 서로의 몫을 기꺼이 나눴던 시민들의 모습이 그 의미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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