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긴축 공포 속 가계빚 2000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입력 2026 05 20 00:43
수정 2026 05 20 02:16
가계빚이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2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주택 관련 대출이 8조 1000억원, 증권사 신용공여를 포함한 기타 대출이 4조 8000억원 증가했다. ‘영끌’과 ‘빚투’가 꺾이지 않으면서 가계 경제의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부채 급증세가 불안한 대외 긴축 환경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의 가늠자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넘어섰고 30년 만기 금리는 5.12%를 찍었다. 영국과 일본의 국채 금리도 수십년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금리 급등은 국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이자 부담을 키우고 외국인 자금 이탈과 증시 변동성을 부추기는 뇌관이 될 수 있다.
대출의 질적 악화와 위험자산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예금은행의 대출 관리가 깐깐해지자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주택 관련 대출이 10조원 이상 급증하는 뚜렷한 풍선 효과가 발생했다. 게다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상품으로의 자금 쏠림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무분별한 빚투와 레버리지 투자 조장에 엄정 대응을 지시한 것은 시장의 과열 신호가 그만큼 위험해졌다는 방증이다.
임계점에 달한 가계 부채 앞에서 구두 경고나 사후 약방문식 대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당국은 비은행권으로 향하는 우회 대출을 즉각 차단하고 금융회사의 고위험 상품 판매 규율을 선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빚으로 집을 사고 주식을 사는 위태로운 줄타기가 금리 상승과 맞물리면 작은 외부 충격에도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막연히 낙관할 일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위험 관리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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