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중동 물류 마비되나…정유·해운업계 비상

정유업계, 유가급등에 따른 수급 차질 우려
해운도 비용 상승…“글로벌 경기위축 우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는 공식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된 1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기름을 넣고 있다. 2026.03.01. 뉴시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국내 정유·해운업계가 일제히 비상회의를 열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란이 국제 원유 수급과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국내 에너지 및 물류 전반에 차질이 우려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정세가 격화하면서 주요 정유사들은 사태 파악과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일제히 비상회의를 열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30%가 지나는 핵심 수송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도입이 전체의 69.1%에 달하고,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정도로 이곳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따라서 해협 봉쇄 시 수송 차질로 인해 원유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곳이 봉쇄되면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 안정성과 경제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유가 급등에 따른 수급 차질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이번 사태의 진전과 이란 당국의 대응 수위를 파악하는 동시에 항행 중인 유조선의 안전 여부를 최우선으로 점검하고 있다. 나아가 다양한 대체 경로를 점검하는 한편, 즉시 도입 가능한 스팟 물량 확보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는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도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1억 배럴 가까운 원유를 보유하는 등 민관이 합쳐 약 7개월분의 비축유를 확보한 만큼 비상 상황에 대응할 역량이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운송과 산업 전반에 걸쳐 비용 부담이 커지고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더욱 큰 리스크다.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 이후 이스라엘 전역에 비상경보가 울린 가운데 이스라엘군 잠수함 한 척이 하이파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6.02.28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운용하는 국내 해운업계도 빨간불이 켜졌다. SK해운, 팬오션 등 유조선과 벌크선에 주력하는 국내 해운사들에 호르무즈 해협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다.

이전 사례를 살펴보면 중동 위기 발생 시 미국과 영국 연합군 호위 아래 콘보이(호송대) 형식으로 선박이 운용됐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직접적으로 사태에 개입해 이런 방식이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이 해역을 지나는 해외 해운업체들은 이미 회항이나 정선, 우회 방식을 택하고 있고, 팬오션과 SK해운 등 국내 업체들도 해운협회 등과 항로 우회와 변경 등 비상계획을 점검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항로 우회 시 운임이 오를 수 있지만, 국제유가와 보험료 부담 역시 급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공급망 불안이 시장 전체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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