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사유지 21㏊ 매입 나선 제주… 하논 분화구 보전 첫발

강동삼 기자
입력 2026 03 05 14:19
수정 2026 03 05 14:19
2033년까지 8년간 198억원 투입
하논분화구 가치·경관 등 체계적 보전
‘살아있는 기후박물관’으로 불리는 하논(큰 논의 제주어) 분화구의 보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제주도가 핵심구역 사유지 매입에 나서며 수십년간 논의만 이어졌던 보전 계획이 처음으로 현실화 단계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8년간 총 198억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핵심구역 내 사유지 527필지(약 21㏊)를 매입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제주도가 지난해 수립한 ‘하논분화구 보전 및 현명한 이용 기본계획’에 따른 것으로 분화구의 경관·생태계·지질 가치 등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활용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도는 용역을 통해 하논분화구 일대 531필지(23㏊)를 핵심구역으로 설정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유지를 단계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우선 1단계로 2028년까지 59억원을 투입해 89필지(약 4.5㏊)를 매입한다. 도는 이미 지난해 사유지 매입 공고를 통해 토지주로부터 매도 승낙서를 접수했으며, 올해는 2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우선순위에 따라 매입 절차를 진행한다. 이후 추가 공고와 예산 확보를 통해 2033년까지 잔여 필지 매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하논분화구는 서귀포시 서홍동과 호근동 일대에 위치한 면적 126만㎡ 규모의 대형 분화구다. 동서 약 1.8㎞, 남북 1.3㎞의 타원형 화산체로, 직경 1㎞가 넘는 화구와 최대 90m 깊이를 지닌다.
약 3만~7만 6000년전 지하의 가스 폭발로 형성된 마르(maar)형 분화구로, 중앙부가 움푹 꺼지고 퇴적층이 쌓이는 특징을 지닌다. 대부분 봉긋한 형태를 보이는 제주 오름과 달리 넓은 분화구 평지를 형성하고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특히 분화 이후 형성됐던 화구호 바닥에는 꽃가루와 화산재, 미세 퇴적물이 층층이 쌓여 동아시아 기후 변화와 식생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하논을 ‘생태계 타임캡슐’이자 ‘살아 있는 기후 박물관’으로 평가한다.
과거 분화구 내부에는 직경 1㎞가 넘는 호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500년대 무렵 주민들이 벼농사를 위해 화구 일부를 터 수위를 낮추면서 현재의 논 습지 형태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하논분화구 보전 논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 왔지만 재정 부담과 복잡한 토지 소유 문제로 번번이 추진이 무산됐다.
임홍철 도 기후환경국장은 “하논분화구에는 약 5만년 동안 축적된 기후와 지질, 식생 변화의 환경 정보가 담겨 있다”며 “체계적인 보전과 관리로 하논분화구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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