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제복 꺼냈다”…국밥 한 그릇에 웃은 참전용사

김유민 기자
입력 2026 03 31 08:46
수정 2026 03 31 08:58
“몇 년 만에 제복을 꺼냈어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박민규(32)씨가 매주 국가유공자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작은 식사 봉사는 어느새 동네 어르신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자리가 됐다.
6·25 참전용사와 월남전 참전용사, 폐지를 줍는 노인까지. 국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이들은 잠시나마 몸을 녹이고 이야기를 나눈다.
며칠 전 가게를 찾은 한 어르신은 주머니에서 월남 참전 유공자증을 꺼내 보였다. 박씨가 “너무 멋지다”며 크게 반응하자 어르신은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그 다음 주말 어르신은 제복을 차려입고 다시 가게를 찾았다. 몇 년 만에 꺼낸 옷이었다.
어르신은 “지난번 반응이 너무 좋아서 자랑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씨는 이 장면을 떠올리며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 봉사는 주민센터에 직접 제안해 시작됐다. 국가유공자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쿠폰을 만들어 배포했고, 현재까지 지역 유공자 14명 중 9명이 가게를 찾았다.
사연이 알려지자 가게를 돕겠다는 발걸음도 이어졌다. 국밥을 여러 그릇 주문한 뒤 음식을 받지 않고 돌아가거나, 직접 찾아와 식사를 하며 응원을 전하는 이들도 늘었다.
박씨는 다음 달부터 인근 도봉구까지 식사 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베풀면서 함께 기분 좋아지는 식사를 하고 싶었다”며 “이게 제가 생각하는 낭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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