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만들었냐”…‘아이언맨·탑건’ 짜깁기한 백악관 전쟁 홍보 영상 논란
이보희 기자
입력 2026 03 07 13:24
수정 2026 03 07 13:24
反트럼프 배우들 출연…비판·조롱 쏟아져
영상 사용 허가 여부도 불분명
미국 백악관이 여러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짜깁기해 만든 전쟁 홍보 영상을 공개해 온라인상에서 조롱과 비판을 받고 있다.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엑스 공식 계정에 “미국식 정의”라는 문구와 함께 42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장해 컴퓨터 시스템을 가동하며 “일어나. 아빠가 돌아왔어”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에서 천재 과학자이자 히어로 역할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으며, 2024년 대선 기간에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이어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러셀 크로와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 멜 깁슨이 차례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러셀 크로는 로마 황제의 폭정에 맞서 싸우는 장군 출신 검투사 역을 맡았으며, 멜 깁슨은 잉글랜드의 침략에 저항하는 스코틀랜드 자유 투사 윌리엄 월리스를 연기했다. 두 배우는 각각 뉴질랜드와 호주 출신으로 미국 국적도 아니다.
영상에는 영화 ‘탑건’의 배우 톰 크루즈도 등장한다. 주인공이 조종간을 힘껏 밀며 출격하는 장면과 미군이 실제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해, 마치 영화 속 톰 크루즈가 이란 공격을 직접 수행하는 것처럼 연출했다.
인기 드라마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서 부패한 변호사 역할을 맡은 밥 오덴커크는 백악관 편집본에서 “내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상상도 못 할 거야!”라고 소리친다.
액션 영화 ‘존 윅’ 시리즈의 주연 배우 키아누 리브스는 “드디어 내가 돌아온 것 같군”이라며 복귀를 선언하고, ‘브레이킹 배드’의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턴은 “내가 바로 위험 그 자체”라고 외친다.
크랜스턴 역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다. 그는 과거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낙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백악관의 편집 영상에는 슈퍼맨, 데드풀 등 할리우드 영화 속 히어로들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교차 편집돼 등장하고, 영상 말미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유희왕’의 주인공까지 등장한다.
마지막에는 비디오 게임 및 실사 영화 시리즈인 ‘모탈 컴뱃’에 나오는 ‘완벽한 승리’라는 문구와 함께 ‘백악관’이라는 자막이 올라간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홍보 영상에 대해 “이 영상은 온라인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조롱을 받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10대들이 운영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는 댓글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시각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조롱과 모욕을 특징으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공격적인 소셜미디어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이 영상에 삽입된 영화 장면에 대해 실제 사용 허가를 받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며 “그동안 백악관은 아바(ABBA)와 비욘세, 롤링 스톤스, 조지 해리슨 등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와 뮤지션들의 음악을 무단 사용해 지속적인 항의를 받아온 바 있다”고 지적했다.
엑스에서는 “백악관이 공습을 싸구려 비디오 게임 다루듯 하는 건 속이 뒤집힐 정도로 충격적이다”, “역사상 어떤 정부도 이보다 더 창피하고 굴욕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적이 없다”, “대망신”이라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배우 벤 스틸러는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트로픽 썬더’가 이번 영상에 사용된 것에 대해 자신의 SNS를 통해 “‘트로픽 썬더’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허락한 적도 없고, 당신들의 선전전에 참여할 생각도 없다”며 “전쟁은 영화가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이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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