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사태로 토사 500m 밀려와… 주택·식당·일가족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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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할퀸 ‘미탁’… 사망 10명·실종 4명

시간당 100㎜ 폭우·초속 30m 강풍 피해
부산 사하구 70대 부부 등 토사에 매몰
울진·포항·영덕 주택 붕괴로 4명 숨져
봉화∼봉성역 사이 열차 탈선 ‘아찔’
주택 1237여곳 침수·수만 가구 정전까지
태풍 ‘미탁’이 지나간 3일 오전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공장과 주택, 천막으로 된 식당 가건물이 쏟아져 내린 토사에 뒤덮여 있다.<br>부산 뉴스1
태풍 ‘미탁’이 지나간 3일 오전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공장과 주택, 천막으로 된 식당 가건물이 쏟아져 내린 토사에 뒤덮여 있다.
부산 뉴스1
제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최대 100㎜ 넘는 폭우가 쏟아지고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30m가 넘는 강한 바람이 몰아쳐 전국에서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으며 8명이 다쳤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사망자는 모두 10명이다.

이날 오전 9시 5분쯤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토사가 500m쯤 무너져 내리면서 주택 1채와 식당 가건물, 공장 등을 덮쳤다. 이 사고로 주택에 있던 성모(70·여)씨와 아들 권모(48)씨가 토사에 깔려 실종됐고, 성씨 남편 권모(75)씨와 식당 주인으로 추정되는 배모(65·여)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긴급 출동한 부산소방본부와 경찰, 군부대는 굴착기 4대 등 장비 30여대와 인명구조견 2마리 등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펼쳤다. 사고 현장 입구가 좁은 데다 무너진 토사량이 많아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 등은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오전 9시 6분쯤 경북 울진군 울진읍에서도 주택이 무너져 60대 부부가 파묻혀 숨진 채 발견됐다. 0시 12분쯤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선 배수로를 손보던 72세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오전 1시 16분쯤 경북 영덕군 축산면에선 무너진 주택에 깔려 59세 여성이 숨졌다. 비슷한 시간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선 주택 붕괴로 부부가 매몰돼 아내 A(69)씨는 구조됐으나 남편 B(72)씨는 사망했다. 강원 삼척시에선 무너져 내린 토사에 주택 벽이 쓰러지면서 77세 여성이 숨졌고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 송어양식장 인근에선 40대 중국 근로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지난 2일에는 경북 성주군 대가면에서 농수로 배수 작업을 하던 김모(76)씨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실종자는 4명으로 집계됐다. 부산 사하구 산사태로 매몰된 4명 가운데 70대 어머니와 아들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울진군 매화면에서 1명,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계곡에서 1명이 실종된 상태다.

주택이 물에 잠기고 열차가 탈선했다. 민간시설은 주택 1237곳과 상가·공장 135곳, 농경지 1861곳 등이 침수·파손됐고 공공시설은 도로·교량 169곳, 상·하수도 24곳, 학교 3곳 등이 피해를 봤다. 이날 코레일에 따르면 경북 봉화 영동선 봉화∼봉성역 사이 선로(영주역 기점 18.4㎞)에 폭우로 토사가 유입되면서 해랑 4206호(10량)의 기관차와 객차 등 2량이 선로를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에는 승객 19명과 승무원 5명이 탑승해 있었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북, 강원, 부산, 울산, 대구, 제주 등지에선 4만 8673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항공기 운항은 이날 모두 재개됐으나 일부 여객선은 오랜 시간 발이 묶였다. 65개 항로에서 여객선 83척의 운항이 통제됐고 부산·제주·마산 등 주요 항만의 선박 입·출항도 제한됐다. 미탁은 이날 낮 12시쯤 울릉도 북북서쪽 약 60㎞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바뀌며 소멸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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