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마약 제조법 배워… 주택가 빌라 ‘마약 공장’ 차린 베트남인 적발

박은서 기자
입력 2026 03 17 11:09
수정 2026 03 17 11:25
경북 경산 주택가 빌라 임대해 비밀 실험실 구축
폭발 위험 큰 원료 5.4kg 압수
“완제품 대신 원료 들여와 직접 생산” 수법 진화
마약 원료 물질을 밀수입해 국내 주택가에서 직접 MDMA(엑스터시)를 제조·유통하려던 베트남인 3명이 검거됐다. 마약 원료 밀수입부터 국내 제조·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세청이 적발한 최초 사례다.
관세청 인천공항세관은 베트남발 항공특송화물을 이용해 마약 원료 물질을 밀수입하고 국내에서 직접 MDMA를 제조한 베트남 국적의 마약 조직원 3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각각 구속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이 들여온 원료는 사프롤과 MDP-2-P 글리시디에이트 등 총 5.4㎏으로 시가 8억 8000만원 상당에 이른다. 2만 943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사프롤은 동남아 열대 우림 지역의 사사프라스 나무에서 추출되는 화합물로 글리시디에이트와 함께 MDMA 합성에 사용된다.
세관의 수사는 지난해 8월 태국발 국제우편을 통해 식료품 속에 숨겨온 대마초 300g을 적발하면서 시작됐다. 수사관들은 우편물을 수취한 베트남인 A(25)씨를 검거했고 그의 차량에서 글리시디에이트 527g을 추가 발견하고 추적을 확대했다.
세관 수사관들은 동일 조직이 반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베트남발 화물을 찾아 사프롤 1618g과 글리시디에이트 568g을 추가 압수했다.
이후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공범 B(26)씨를 검거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여자친구인 C(20)씨도 가담한 것으로 확인해 추가 송치했다.
조사 결과 B씨는 챗GPT와 인터넷 검색, 베트남 메신저인 ‘잘로’로 베트남 현지 공급책과 연락하는 방식으로 MDMA 제조 방법을 습득하고 경산의 주택가 빌라를 임대해 제조 시설을 차렸다.
현장에서는 실험 도구와 알약 제조기 등 제조 장비가 쏟아져 나왔다. 제조에 쓰인 화학 물질은 폭발 위험성도 있어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고 관세청은 밝혔다.
박헌 인천공항세관장은 “마약 범죄 조직이 마약류 원료 물질을 밀수입한 뒤 국내에서 직접 마약을 생산하여 유통하는 방식으로 범죄 수법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마약류 등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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