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제도 뚫은 ‘배짱 주유소’… 정부 “주유소 기름값 감시 강화·세무조사”

강주리 기자
입력 2026 03 18 00:34
수정 2026 03 18 00:42
산업부-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주유소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
산업부 ‘3단계 주유소 조치’ 李에 보고고가 주유소 공표·세무조사·고발 조치
최고가제에 200여개 주유소 가격 인상
휘발유 최고 400원, 경유 500원 올려
정유사 공급가 ℓ당 100원 이상 내려도
휘발유 ℓ당 66원, 경유 87원 ‘찔끔’ 인하
김정관 “주유소 안정화 국민 체감 중요”
정부가 지난 13일 국제유가 대비 과도하게 치솟는 국내 기름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음에도 200여곳에 이르는 주유소들이 최고가 시행 전보다 기름값을 더 인상한 데 대해 주유소 기름값 감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고가제 시행에 따른 주유소의 인하 폭이 미진하다고 보고 추가 가격 인상 등 최고가제에 되레 역행하는 주유소에 대해 세금 탈루 행위 등 세무조사에도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최고가 이후 상승폭 큰 곳 요주의대상”
‘바지사장’ ‘배째라’ 주유소 인상 기승1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석유 최고가제 시행 이후 기름값 안정화에 동참하지 않는 고가 주유소에 대한 3단계 대응 조치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고가 시행 이후에도 가격을 올린 주유소는 요주의 대상”이라며 “전국 단위와 지역별로 최고가 시행 이후 가격이 비싼 주유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소비자들이 해당 주유소를 가지 않도록 공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표 조치로 시정이 되지 않으면 2단계로 세금 탈루나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세무조사 및 가격 담합 조사를 추진해 그 과정에서 부정한 징후가 있으면 과태료와 고발 조치로 이어지는 3단계 조치로 주유소 시장 가격을 안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정유사와 달리 경영 여건 등 각종 변수가 많아 1만개가 넘는 주유소를 정부가 일부러 가격 통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사업자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주유소 석유제품 가격을 스스로 책정한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1997년 이후 주유소 기름 가격은 시장 자율로 결정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가격 자체를 제재할 수 없다”면서 “다만 스스로 최고가 지정을 안 하는 과정에서 가짜 석유를 팔거나 물량 사재기, 매점매석으로 덜 내보내고 싸게 팔아야 할 것을 더 비싸게 내놓는 등에 대해서는 경찰과 석유관리원이 계속 검사해 행정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닷새째인 17일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기름을 넣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29.6원으로 전날보다 3.1원 내렸다. 경유 가격은 같은 시각 1827.7원으로 4.1원 하락했다.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서울 주유소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54.7원으로 전날보다 4.4원 내렸다. 뉴스1
산업부는 최고가 제도 시행 후 나흘이 지났음에도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 속도가 더딘 상황으로 보고 있다. 지난 13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유사 공급가격이 ℓ당 100원 이상 내렸음에도 제도 시행 전과 비교해 전날 주유소 판매가격은 휘발유는 ℓ당 66원, 경유는 ℓ당 87원 내리는 데 그쳤다.
이에 산업부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4년 동안 석유 시장을 모니터링한 경험이 있는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과 함께 유가 정보 시스템(오피넷) 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1만여개 주유소 전체를 대상으로 가격 모니터링을 즉각 시행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고가 시행 이후 가격이 떨어질 걸 예상해 공급가를 올려 받은 걸 들고 있거나 주유소 오너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오너에게 최대 수익을 줘야 하는 구조로 최고가 시행 이후에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는 ‘정부가 해볼 테면 해봐라’ 식의 ‘배짱 인상’을 한 곳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고가 시행해도 휘발유 최고 400원↑
경유 500원↑… 2000원 훌쩍 넘겨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최고가제 시행 4일 차인 16일 기준 집계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22개 주유소(2%)가 휘발유 가격을 더 올렸다. 최고 가격 고시 이후 가장 많이 올린 곳은 인천 옹진군 장봉주유소(자가상표)로 ℓ당 1850원에서 2250원으로 400원을 인상했다. 강화군 백마외포리주유소(에쓰오일)는 1799원에서 2095원으로 296원, 전남 완도군 청산농협주유소(NH오일)는 1775원에서 1995원으로 220원 올렸다. 충북 청주시 대성주유소(SK에너지)도 1849원에서 1999원으로 150원 인상했다.
주유소 271개(3%)는 경유 가격을 최고가제 시행 전보다 더 올렸다. 휘발유 가격을 가장 많이 올렸던 장봉주유소와 백마외포리주유소는 최고가제 시행 이후 각각 500원, 396원 인상하며 경유 가격이 각각 2250원, 2095원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직영으로 각각 운영하는 경기 구리시 구리셀프주유소는 1736원에서 2106원으로 370원, 이천시 신둔주유소는 1749원에서 2091원으로 342원 올렸다. 전남 광양시 GS칼텍스 대성주유소는 1800원에서 2111원으로 311원 인상하며 2000원을 넘겼다.
앞서 정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유류의 최고가격을 휘발유 ℓ당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결정해 고시한 바 있다. 가격 인하에 동참한 전체 주유소는 휘발유 86.5%, 경유 87.3%다. 나머지는 가격 변동이 없었다.
NH오일 주유소, 가격 미인하 36% 최다
GS칼텍스 주유소, 가격 인하 가장 미흡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상표별로 NH오일 주유소가 가격 인하를 하지 않은 비율이 36%로 가장 많았고 정유사별로는 GS칼텍스의 전체 주유소 중 가격 인하를 하지 않은 비율이 휘발유 17%, 경유 16%로 가장 높았다. 반면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100% 가격을 내렸다.
김 장관은 이날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대표와 만나 과도한 초과 이윤을 노리는 주유소에 대한 감시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 등에서 수집한 실시간 가격 데이터를 제공하면 감시단은 주유소 판매가격을 일일 단위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모니터링 결과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한 주유소 등은 선별해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선제적인 가격 인하를 통해 민생 안정 노력에 동참하는 주유소는 ‘착한 주유소’로 선정해 인증 스티커, 정부 표창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최고가격제의 효과를 국민이 체감하기 위해선 주유소 가격 안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직접 기름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모니터링을 시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산업부는 석유관리원 오일콜센터(1588-5166)를 통해 가격, 품질, 유통 등 불법 행위 관련 신고를 24시간 접수하고, 불법 행위 의심 주유소에 대해서는 범부처 합동 점검단 등을 통해 매일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고가제가 시행되자 소셜 미디어에 “제도를 어기는 주유소를 발견하면 지체 없이 저에게 신고해달라”며 ‘바가지 행위’ 신고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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