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멕시코서 만난 K컬처의 다음 단계는

지난해 여름 멕시코에 부임한 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에너지였다. K팝이 흘러나오면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드라마에서 본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 보고 한국어를 배우고 “K뷰티가 최고”라며 한국 화장품을 친구들에게 권한다. 한국문화 감상에 그치지 않고 삶 속으로 가져와 자신들의 방식으로 다시 즐기는 것이다.

올해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는 역대 가장 많은 팀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 줬다. 지난 6월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한국의 조별리그 세 경기가 모두 멕시코에서 열렸다. 이를 계기로 마련한 문화프로그램 ‘빛으로 잇다’(미디어파사드), ‘시선으로 잇다’(전시), ‘리듬으로 잇다’(공연)에도 많은 시민이 함께했다. 8월 열린 현대무용단 리케이댄스 공연 역시 객석을 가득 채웠다. K팝처럼 친숙한 장르뿐 아니라 전시와 무용, 문화유산에까지 적극 반응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멕시코에서 K컬처의 저변이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변화는 단지 관객이 많아졌다는 데 있지 않다. 이제는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멕시코의 문화기관과 대학, 예술가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새로운 협력을 제안해 오는 일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공연은 현지 전문 예술기관과 함께 만들고, 영화와 전시는 대학과 창작자들의 참여 속에서 확장된다. 한국문화원은 ‘한국을 보여 주는 곳’에서 한국과 멕시코의 사람과 기관을 잇는 곳으로 조금씩 역할을 넓혀 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더욱 뜻깊었다. 양국 정상은 멕시코 국민들이 K컬처를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관련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협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 지금 멕시코에서 일고 있는 뜨거운 문화적 관심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사람들이 꾸준히 만나고 배우고 교류하는 기반으로 키워 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논의될 K컬처 거점은 단순히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에 머물러선 안 된다. 한국의 예술가와 멕시코의 창작자가 만나고 공연과 전시뿐 아니라 교육과 창작, 문화 향유와 산업이 이어지는 ‘살아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한국문화원은 그 과정에서 양국의 사람과 사람, 기관과 기관 그리고 산업과 산업을 잇는 연결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한국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멕시코가 미술, 영화, 건축, 문화유산 등에서 깊은 뿌리를 지닌 문화강국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한·멕 문화교류는 한국문화를 얼마나 많이 알렸는가를 넘어 서로의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즐기며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가 중요해질 것이다. ‘문화 수용성’에서 ‘문화 상호교류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로의 문화를 좋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앞으로 멕시코에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다음 단계의 K컬처다.

민수이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원장

민수이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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