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임출육] 15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임신, 출산, 육아를 하며 느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본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난임 자료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시험관? 자폐 확률 높다는데 괜찮겠어?”
아기가 생기지 않아 시험관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돌아온 지인의 말입니다. 처음 듣는 소리에 깜짝 놀라 “근거가 있는 것이냐”고 묻자, “인터넷에서 그러던데”라는 말이 되돌아왔습니다.
걱정을 안고 찾아간 병원에서 담당 의사는 “시험관과 자폐는 관련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저처럼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던 듯 의사는 “시험관 아기와 자폐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죠.
● 난임에 울고 편견에 상처 받고실제로 인터넷에 시험관을 검색하니 ‘자폐’ ‘자폐아’ ‘장애아 비율’ 등이 연관 검색어로 떴습니다. 맘카페, 시험관 카페 등에는 “시험관 임신이 자폐아 확률이 높나요?”, “시험관 때문에 자폐아가 늘었다는데 진짠가요?”, “시험관 하려고 하는데 발달장애, 자폐가 걱정돼요” 등 걱정하는 난임 부부들의 글이 가득했죠.
포털사이트에 ‘시험관 자폐’를 검색하면 나오는 연관검색어들과 맘카페 등에서 시험관 자폐 관련 주제로 걱정하고 있는 난임 부부들. 포털사이트 네이버 캡처
시험관을 향한 편견에 속상하다는 글도 많았습니다. 시험관으로 임신에 성공했다는 한 예비 엄마는 “시험관에 대한 편견이 많은 것 같다. 인위적으로 생명을 만드는 게 이해가 안 간다거나 자폐아가 늘었다거나 또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젊을 땐 뭐 하다 지금 애를 만드냐 등의 반응이 많더라”면서 “이런 말을 들으면 뭐라고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을 가듯 생식 쪽에 문제가 있어서 의학의 도움을 받는 건데 이게 이해가 안 되는 걸까”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예비 엄마는 “시험관이나 인공수정은 도태된 정자를 억지로 한 거라는 말을 들었다”며 “도태됐어야 하는 정자를 억지로 임신시키는 게 올바른 일이냐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동안 제가 감당했던 시간과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속상하다. 그저 제 아이가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다”고 했죠.
● “여성 몸에 큰 무리” vs “그만큼 간절”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 ‘시험관’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시험관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여성 몸에 너무 무리가 간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시험관은 과배란을 유도해 임신 확률을 높이는 시술인 만큼 인위적으로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식욕 변화, 복부 팽만, 변비 등 여러 몸의 변화를 겪게 되죠. 특히 난소가 과한 자극을 받으면 난소 비대, 복수 등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때는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시험관 차수 무제한 지원 입법예고를 반대하는 글에 달린 댓글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한 네티즌은 “시험관 그냥 안쓰럽게만 생각했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너무 기괴한 여성 착취”라면서 “몸까지 상해가면서 할 만큼 중요한 일이냐”고 지적했습니다. 또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고 하지 마라”, “아기도 나이 든 부모는 싫을 거다” 등의 의견도 있었고, 시험관 대신 입양을 하라는 조언도 나왔죠. ‘도태정자’, ‘썩은 정자’ 등 원색적인 표현도 많았습니다.
반면 시험관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본인의 자유”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자연의 섭리면 죽을병에 걸려도 의학적 치료를 안 받는 게 맞는 거냐”, “본인과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기를 갖고 싶은 게 죄냐”, “본인 몸 상하는 걸 알면서도 아기를 갖고 싶은 간절함을 왜 조롱하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 시술 자체보단 ‘고령’ 등 난임 영향 커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는 국내 의료기관들도 온라인상에 시험관과 자폐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떠도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다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는 대표 난임 전문 의료기관 마리아병원은 3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환자들을 만나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건 바로 ‘시험관 아기와 자폐 위험’ 질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병원 측은 공식 블로그에 “시험관 아기 자폐, 과연 사실일까?”라는 글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진행한 ‘시험관으로 성장한 성인 남녀 253명의 건강 상태’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험관 시술로 태어난 253명의 성인 남녀와 비슷한 시기에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성인 남녀는 신체적인 부분뿐 아니라 IQ 테스트 등 인지 능력까지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습니다.
병원 측은 “일반적인 자연임신에 비해 (시험관 임신이) 조산이나 저체중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빈도가 조금 더 높을 수는 있지만 이는 시험관 자체의 문제만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시험관 시술을 받는 부부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거나 다른 내과적 면역학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험관 자료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서울아이비에프여성의원의 난임 전문의 이경훈 대표원장도 공식 블로그에서 “시험관 부작용으로 자폐가 유발된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라면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둘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는 현재까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과거 캐나다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지만, 같은 시기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관련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연구마다 결론이 엇갈리는 상황이고 생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난임을 겪는 분들은 대체로 고령이거나 남성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아, 태아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배경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난임이라는 상황 자체가 영향을 주는 것이지, 시술 방식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난임은 환경·유전·질병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난임 원인을 명확하게 찾기 어려운 ‘원인 불명 난임’에 해당하는 경우도 약 10~15%에 달합니다. 여성의 나이가 어려도 난임일 수 있고, 남성에게 아무 문제가 없어도 아이가 생기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이죠.
누군가는 자연 임신을 꿈꾸고, 누군가는 의학적 도움을 받아 부모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누군가는 임신을 원하지 않죠. 서로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조롱’보다는 다름을 ‘인정’해주는 태도가 우리가 갖춰야 할 공존의 미덕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