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발 ‘김옥숙 메모’에 덜미 잡힌 비자금… 검찰, 노재헌 재단 147억 수사 본격화

210억 차명 보험·12억 계좌 이어 아들 재단에 147억 기부
검찰, 노태우 일가 비자금 수사 본격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및 불법 증식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부인 김옥숙 여사와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운영하는 공익재단을 겨냥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이른바 ‘김옥숙 메모’가 공개된 가운데 30년 넘게 베일에 싸여 있던 ‘안방 비자금’의 실체가 마침내 드러날지 이목이 쏠린다.

노소영 관장, 재산분할 2차 변론 출석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6.6.26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은 1995년 검찰의 첫 수사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밝힌 비자금 외에도 김 여사와 친인척이 별도로 관리하는 자금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1995년 10월 강창성 당시 민주당 비자금 진상조사위원장 역시 “김 여사 측 친인척이 관리하는 자금은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후에도 김 여사 명의나 그 주변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뭉칫돈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2005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김 여사 명의의 예금 계좌 2곳에서 11억 9,900만원을 발견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은 “가족들이 모은 돈”이라고 해명하며 이를 미납 추징금을 납부하는 데 사용했으나, 명확한 자금 출처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이어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는 김 여사가 2000년부터 2001년까지 타인 명의로 농협중앙회 보험 상품에 총 210억원을 납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는 노 전 대통령 측이 884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미납한 채 “돈이 없다”고 호소하던 시기였다. 김 여사는 해당 자금에 대해 “기업들이 보관하다 넘겨준 112억원, 보좌진 및 친인척 명의 43억원, 현금 11억원 등을 합친 것”이라고 소명했으나 국세청은 별도의 조치 없이 확인서만 받고 넘어갔다. 2008년 장외주식 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는 “4억원의 예금으로 시작했다”고 진술했고 검찰 역시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현재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김 여사의 거액 기부금이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흘러 들어간 경위다. 2012년 ‘한중문화센터’라는 이름으로 출범할 당시 자산 규모가 5억 2,000만원이었던 이 재단은 2023년 말 기준 152억원으로 30배가량 급증했다. 자산이 이처럼 불어난 결정적 이유는 2016년부터 김 여사가 출연한 총 147억원 상당의 기부금 덕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재단 측의 석연치 않은 회계 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기부금 공시 자료에 김 여사와의 관계를 ‘해당 없음’으로 표기하고 97억원의 기부금 잔액을 누락하는 등 무려 22차례나 공시 내역을 수정해 회계 은닉 의혹을 자초했다. 5·18 기념재단 등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단순한 회계 오류가 아니라 비자금 은닉을 위한 의도적인 분식회계”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재단은 김 여사의 기부금이 대거 유입된 직후인 2017년, 청와대 인근 건물을 14억 6,000만원에 매입한 뒤 매각해 32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은 김 여사가 동아시아문화센터 등에 기부한 거액의 자금이 과거 수사에서 드러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는 별개로 숨겨둔 재산이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 아울러 이미 확인된 210억원 규모의 차명 보험 외에 김 여사가 남몰래 관리해 온 또 다른 비자금이 존재하는지 등 해묵은 의혹들이 이번 기회에 명백히 풀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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