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더 못 가” 여친 정상에 두고 하산해 홀로 생존한 男 기소…산악계 논란

오스트리아 검찰, 중과실치사로 기소
동반자 의무 어디까지…산악계 논란

함께 등반에 나선 여자친구를 산 정상에 홀로 두고 하산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법정에 서게 됐다. BBC 캡처


함께 등반에 나선 여자친구를 산 정상에 홀로 두고 하산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법정에 서게 됐다. 이번 재판은 단순한 사고사인지, 아니면 동행한 숙련된 등반가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산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8일 영국 BBC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검찰은 지난 1월 19일 해발 3798m의 그로스글로크너 산에서 발생한 케르스틴 G(33)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남자친구인 토마스 P를 중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겨울철 커플 등반에 나섰다가 악천후와 강풍, 혹한에 맞닥뜨렸다. 당시 여성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더 이상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남성이 정상 인근에서 여성을 앉혀둔 뒤 “구조를 요청하러 간다”며 하산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장시간 자리를 비워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있다. 현지 검찰은 그에게 중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스글로크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은 토마스가 이번 등반에서 ‘실질적인 가이드’ 역할을 수행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알프스 고산 등반 경험이 풍부한 숙련자인 반면, 숨진 여자친구는 이 정도 높이의 겨울 산행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토마스는 새벽 2시쯤 여자친구를 두고 내려오면서 알루미늄 구조용 덮개나 다른 보호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고 새벽 3시 30분에야 구조 당국에 신고했다. 그러나 강풍으로 구조 헬기는 밤새 뜨지 못했고 이후 정상 부근에서 여성을 발견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현지 언론은 당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고 체감온도는 영하 수십 도에 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토마스 측은 “여자친구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은 “두 사람 모두 극한 상황에 처해 있었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내려간 것”이라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극한 환경에서 동반자의 안전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자리를 떠난 행위가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지 매체 데어슈탄다르트는 개인의 판단과 위험 감수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문제가 달린 재판이라며 유죄가 확정된다면 산악 스포츠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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