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콕 집어 “군함 보내라”…‘청해부대’ 파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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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의존도 낮은 미국
원유수입국 압박, 부담 분산 의도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해군은 현재까지 20명의 승무원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공격받은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2026.3.11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해군은 현재까지 20명의 승무원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공격받은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2026.3.11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방문을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원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얘기하고 있다. 2026.3.13 메릴랜드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방문을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원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얘기하고 있다. 2026.3.13 메릴랜드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한·중·일을 비롯한 5개국을 콕 집어 세계 에너지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했다.

보름째 이어진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간 전쟁 와중에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등 선박 통행 정상화를 위해 동맹국 등에 파병을 요구한 것이어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 정부의 결정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지만, 그들이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더라도 이 수로의 어딘가에 드론 한 두기를 보내거나, 기뢰를 떨어뜨리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선박 호위 작전의 위험성을 토로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20% 정도가 지나는 요충지로, 가장 좁은 곳이 39㎞에 불과하다. 이란은 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며 통행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고 실제 민간 선박의 피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바라건대,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첫 문장은 ‘여러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이라는 의미지만, 한국 등을 파견 대상국으로 지목한 문장에서 ‘바라건대’(Hopefully)라는 전제를 단 만큼, 아직은 요구 수준인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기간 이스라엘이 아닌 제3국에 대(對)이란 군사작전 동참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유 수입국, 통로도 지켜라…미국은 보조하겠다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북부 라스알카이마에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는 유조선들. 2026.3.11 로이터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북부 라스알카이마에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는 유조선들. 2026.3.11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후 트루스소셜에 다시 글을 올려 “미국은 군사적, 경제적, 그리고 모든 면에서 이란을 때렸고 완전히 파괴해 왔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국가들은 그 항로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국가들’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선 글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거론한 뒤 한 발 더 나아간 노골적 수사로 원유 수입국들의 직접적 역할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를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비중은 한·중·일 등에 비해 크지 않다.

결국 미국이 전면에서 항로 관리를 떠맡기보다, 해협 봉쇄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원유 수입국들이 상선 호위와 항로 관리의 주된 역할을 맡고 미국은 이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미국은 좁은 수로에서 이란의 각종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선박 호위 작전을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다국적군을 구성해 진행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가 도울 것이다. 아주 많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직접 앞장서기보다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의 군함 파견과 해협 관리 참여를 먼저 요구하고, 미군은 이를 뒤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미군 인명 피해 우려가 큰 호르무즈 호위 작전을 동맹국과 주요 수입국들에 분담시켜 조기에 가동하려는 의중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은 이란 해안 폭격·선박 격침 등 군사행동
원유수입국은 군함 파견…상선 호위·해협 관리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그 사이에 미국은 (이란의) 해안을 폭격할 것이며, 이란 선박과 함정들을 바다에서 계속 격침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군이 대이란 직접 군사행동을 맡는 동안, 한국 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입 차질이 우려되는 주요 국가들은 군함을 보내 상선 호위와 항로 관리 임무를 수행하라는 요구로 읽힌다.

그는 또 “미국은 모든 일이 빠르고 원활하며 잘 진행되도록 그 국가들과 조율할 것”이라며 “이것은 항상 팀의 노력이어야 했으며,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세계를 화합, 안보, 그리고 영원한 평화를 향해 함께 모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명한 5개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4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미국 정부가 향후 보다 공식적인 방식으로 참여를 요구할 경우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과 맞물린 에너지 안보, 한미동맹과 양국 관계, 중동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때 감수해야 할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하는 쉽지 않은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 보내나
청해부대 46진 해적대응 민ㆍ관ㆍ군 합동훈련  1일 경남 거제시 인근 해역에서 열린 ‘청해부대 46진 해적대응 민ㆍ관ㆍ군 합동훈련’에서 해군 특수전대원(UDT/SEAL)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 대원들이 피랍 상선으로 가정한 선박 내부를 수색하며 해적진압작전을 하고 있다. 2025.8.1 해군 제공
청해부대 46진 해적대응 민ㆍ관ㆍ군 합동훈련
1일 경남 거제시 인근 해역에서 열린 ‘청해부대 46진 해적대응 민ㆍ관ㆍ군 합동훈련’에서 해군 특수전대원(UDT/SEAL)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 대원들이 피랍 상선으로 가정한 선박 내부를 수색하며 해적진압작전을 하고 있다. 2025.8.1 해군 제공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하면서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가 투입될지 주목된다.

다만 작전의 위험성이 크고 국회 통과도 낙관하긴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청해부대의 파견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식 요청이 오면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워낙 위험한 작전인 데다 이란을 적으로 돌릴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읽힌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점도 우리가 이 전쟁에 발을 담글지 고민하게 할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구상이 구체화해 한국에 파병 요청을 하면 정부는 청해부대의 파견을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낸다면, 가장 유력한 전력은 현재 청해부대에 투입된 대조영함 같은 4400t급 구축함이다.

독자 작전 아닌 다국적군 작전…“국회 동의 필요”한국은 과거 아덴만에서 활동하던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내 한국 상선을 호위한 적이 있다.

정부는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청해부대의 작전임무 구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국회에 제출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 명시된 파견지역은 아덴만 해역 일대여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하려면 국회 비준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어 별도의 절차없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에는 ‘독자 작전’이었지만 이번엔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청해부대의 임무가 근본적으로 달라져 별도의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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