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승객도 있는데…‘마약왕’ 박왕열 “수갑 풀면 안 돼요?” 요구

김민지 기자
입력 2026 03 26 09:18
수정 2026 03 26 09:50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해 현지에서 복역 중이던 ‘마약왕’ 박왕열(48)이 지난 25일 한국으로 전격 송환된 가운데 송환 과정에서 수갑이 불편하다며 풀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무부가 배포한 영상을 보면 박왕열은 전날 필리핀 현지 경찰을 비롯해 법무부 국제형사과 황익진 검사 등 우리 호송팀에 둘러싸인 채 클라크필드 공항에 들어섰다.
박왕열은 팔뚝 문신이 보이는 평상복 차림으로 검은색 모자를 쓴 모습이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났고, 선글라스를 썼다. 수갑이 채워진 손은 회색 수건으로 가린 상태였다.
양국 당국자는 박왕열의 임시인도를 위한 서류에 서명했고, 각각 상대국의 협조에 대해 감사도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교정청장은 황 검사를 향해 “한국과 필리핀은 형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필리핀 당국은 박왕열이 아시아나항공 OZ708편에 오르기 직전 수갑을 풀어줬다. 한국 호송팀은 박왕열이 비행기에 탑승한 직후인 이날 오전 1시 30분(현지시간) 다시 수갑을 채웠다.
호송팀은 탑승한 박왕열에게 “지금 대한민국 국적기를 탑승했기 때문에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고지했다. 이어 변호인 선임 권리·진술거부권 등을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박왕열은 “네, 네”라고 짧게 답하기도 했다.
이어 호송팀이 “불편하시면 말씀하시라”고 하자, 박왕열은 “근데 갈 때 이거(수갑) 풀고 가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인도 절차상 범죄자는 항공기 안에서 수갑을 찬 상태로 이동한다.
비행기 내부에는 일반 승객도 탑승했으며, 호송관 2명이 양옆에서 박왕열을 밀착 감시한 채 송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7시 16분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도착한 박왕열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피해자나 유족에게 할 말 없냐”, “국내로 송환된 심정이 어떤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했다. 다만 특정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너는 남자도 아녀(아니야)”라고 내뱉으며 노려봤다. 해당 기자는 과거 박왕열의 마약 밀매 조직을 직접 추적 보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왕열은 출국장을 나온 지 3분 만에 호송차에 실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향했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그를 조사한 뒤 의정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했다. 구속영장은 26일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를 벌이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박왕열은 현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렸다.
필리핀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던 그는 2016년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벌이다 도주해온 한국인 3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
그러다 같은 해 10월 11일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이들 3명을 총기로 살해했고, 피해자들로부터 받았던 카지노 투자금 7억 2000만원을 빼돌렸다.
현지에서 두 차례 탈옥을 벌이다 결국 살인죄 등으로 징역 60년을 선고받았지만, 이후에도 ‘호화 교도소 생활’을 하며 텔레그램 등을 통해 국내에 마약을 대규모 유통하다 적발되는 등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텔레그램 활동명은 ‘전세계’였다.
박씨의 호화 교도소 생활은 결국 대통령실까지 개입하며 막을 내리게 됐다.
정부가 송환 노력을 기울인 지 9년여 만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달 초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요청을 한 지 약 3주 만이다.
김민지 기자
ⓒ 트윅,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Q.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나요? 이제 AI 퀴즈로 기사의 핵심을 점검해보세요.
박왕열이 필리핀에서 살해한 피해자는 몇 명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