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쇼트트랙 임효준, 작년 6월 중국 귀화…올림픽엔 못 나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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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보 고시

中빙상연맹 아닌 허베이성 플레잉 코치로
IOC 규정상 국적 바꿔 올림픽 출전시
기존 국적 출전 국제대회 3년 지나야
2019년 선수권 출전 임효준 규정 몰랐던듯
임효준<br>서울신문 DB
임효준
서울신문 DB
동료선수 ‘강제추행’ 사건 이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중국 귀화를 결심했다고 최근 밝혔던 전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임효준(25)이 9개월 전인 지난해 6월 이미 귀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효준은 중국 빙상경기연맹이 아닌 허베이성 빙상연맹에서 플레잉코치로 뛰기로 계약했는데 그의 당초 계획과는 달리 내년에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임효준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기존 국적 포기 후 올림픽 출전 규정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실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 1년 만에 1심 벌금형 직후 귀화
“징계 길어져 올림픽 출전 어려워서”
중장거리 약한 中, 꾸준히 귀화 요청

17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고시한 관보에 따르면 임효준은 지난해 6월 3일 중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임효준의 중국 귀화 추진 사실은 지난 6일 처음 알려졌다.

당시 임효준의 소속사 브링온컴퍼니는 “임효준은 2019년 6월에 있었던 동성 후배 성희롱 사건으로 인해 훈련하지 못했고, 재판과 연맹의 징계 기간이 길어지면서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꿈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며 귀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임효준은 강제추행 사건이 터진 지 1년 만이자 1심에서 300만원 벌금형을 받은 직후 귀화했다.

빙상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효준은 강제추행 사건이 일어난 뒤 중국으로부터 꾸준히 귀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쇼트트랙 남자대표팀엔 단거리 세계 최강자 우다징이 있지만, 중장거리는 취약하다.

중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을 영입하면 우다징과 함께 단거리-중장거리에서 메달을 싹쓸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효준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자 1500m 금메달과 남자 500m 동메달을 목에 건 대표팀 에이스였다.
임효준. 서울신문 DB
임효준. 서울신문 DB
中 빙상연맹 제안 받아 귀화한다 했지만
계약은 허베이성 빙상연맹과 코치 체결
임효준은 중국 측 러브콜을 무시하다가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자 귀화를 결정했다.

임효준은 귀화 과정에서 많이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귀화를 추진한 이후에도 한국 국적 회복을 염두에 뒀다.

임효준 측 관계자는 “국내 상황이 나아지면 중국 귀화 추진을 포기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도 “임효준 측은 중국으로 귀화한 지난해 6월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맹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여부에 관해 문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임효준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터전을 중국으로 옮겼다.

그는 중국 빙상경기연맹이 아닌 중국 허베이성 빙상연맹과 계약을 맺었다. 당분간 허베이성의 플레잉코치로 뛸 예정이다.

당초 임효준의 측근은 지난 6일 “임효준이 중국 빙상경기연맹의 제안을 받아 중국 특별 귀화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 대표팀으로 뛰게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법정 향하는 임효준  동성 후배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임효준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5.7 연합뉴스
법정 향하는 임효준
동성 후배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임효준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5.7 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 中대표팀으로 출전 희박
국적 변경 후 출전 IOC 기간규정 미달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대표팀으로 출전할 가능성은 작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에 따르면,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서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

임효준은 2019년 3월 10일 한국 대표 선수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적이 있어서 2월 4일 개막해 20일에 끝나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뛸 수 없다.

베이징올림픽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 등으로 미뤄지지 않거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효준은 해당 대회를 출전하기 어렵다.

예외 조항이 있지만, 임효준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전 국적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허락이 떨어지면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예외 조항이 있지만, 대학체육회가 임효준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임효준은 규정 숙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국 귀화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지난 9일 언론에 “임효준은 IOC 올림픽 헌장 제41조 2항에 따라 대한체육회가 반대할 경우 중국 대표팀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고 밝혔었다.

체육회 내부적으로는 임효준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임효준이 중국 대표팀으로 출전할 시 한국 선수들의 메달 획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안 좋은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도 부담이 된다는 판단이다.

실제 임효준처럼 국적을 바꿨다가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한 사례가 있다.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던 장애인 노르딕 스키 선수 원유민은 고국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려고 한국으로 귀화했지만, 캐나다 장애인체육회의 반대로 출전이 무산됐다. 올림픽의 주체(IOC)와 패럴림픽의 주체(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다르지만, 규정 내용은 같다.
법정 나서는 임효준  동성 후배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임효준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20.5.7 연합뉴스
법정 나서는 임효준
동성 후배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임효준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20.5.7 연합뉴스
2019년 6월 강제추행건으로 기소
자격정지 1년 징계→작년 무죄 선고
앞서 임효준은 2019년 6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 센터에서 체력 훈련 중 대표팀 후배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부위를 드러나게 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년을 받은 임효준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임효준은 지난해 3월 빙상연맹을 상대로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냈고, 그해 11월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A씨)가 동료 선수에게 시도한 장난이나 이에 대한 동료 선수의 반응과 분리해 오로지 피고인이 반바지를 잡아당긴 행위만 놓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임효준 측 관계자는 “항소심에선 무죄를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지면 그 시점부터 징계가 다시 시작돼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며 거듭 귀화 배경을 설명했지만 끝내 규정 숙지 미숙으로 귀화하고도 올림픽 출전의 꿈은 이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0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걸친 채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효준, 홍경환, 황대헌, 박지원. <br>소피아 로이터 연합뉴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0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걸친 채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효준, 홍경환, 황대헌, 박지원.
소피아 로이터 연합뉴스
내가 최고야  지난 10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임효준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하고 있다. 임효준은 2분10초485로 올림픽 기록을 세웠다. <br>강릉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내가 최고야
지난 10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임효준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하고 있다. 임효준은 2분10초485로 올림픽 기록을 세웠다.
강릉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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