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확장성의 넓이는…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실험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전관 전시

사진을 오려 붙이고 긁어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회화·판화·조각·설치 등 다른 시각예술과의 경계를 넘나들기까지…. 사진이 어디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지 묻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란 전시명처럼 사진을 매개로 한 실험을 총망라한 전시를 선보인다. 사진미술관이 지난 5월 문을 연 이후, 세 번째로 준비한 개관 특별전이자 처음으로 전관을 통틀어 준비했다.

현대미술 작가에게 사진은 창의적 도구이자 새로운 실험을 가능하게 한 매체였다. 이번 전시는 작가 36명의 1960년대부터 동시대 작업까지 300여점의 작품과 자료를 통해 사진이 한국 현대 미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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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승택의 1962년 작품 ‘매달린 성’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승택의 1962년 작품 ‘매달린 성’은 멀리 산이 보이는 풍경 사진 위에 붉은 진흙으로 만든 그릇의 이미지를 오려 붙여 구성한 뒤 이를 다시 재촬영한 작품이다. 현실 풍경과 일상의 사물을 서로 다른 차원에서 병치함으로써 관람객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흔들리는 낯선 감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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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기 작가의 ‘무제(포토미디어)’


박현기 작가의 ‘무제(포토미디어)’는 사진 위에 드로잉과 스크래치를 더한 작업을 보여준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시멘트 조각, 쇠못 등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사물이 끼운 뒤 사진으로 찍고 그 위에 화살표와 오행(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 등을 새겨 넣었다. 손을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정신과물질을 연결하는 소우주로 제시한 것이다.

정동석 사진작가의 ‘서울에서’는 1980년대 초 광화문 일대에 설치돼 있던 국정홍보판을 촬영한 여섯 컷의 흑백사진이다. 전국 각 지역 이름이 적힌 빈 홍보판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작가는 전라남도라고 적힌 홍보판 앞을 군인들이 지나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원래 1980년 삼베 위에 부착해 전시에 출품될 예정이었으나 신군부의 검열과 탄압으로 공개되지 못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이 작품은 작가의 원래 의도대로 삼베를 전시장 벽면에 작품과 함께 부착해 관객을 맞는다.

전시를 기획한 한희진 학예연구사는  “작가들이 사진을 잘 찍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사진을 활용해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냈는가에 집중한, 사진이 ‘전위의 도구’였음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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