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5000만원 허공에 증발”…평생 모은 5억 투자한 직장인 최후 [사연잇슈]
이보희 기자
입력 2026 11 08 21:16
수정 2026 11 08 23:31
美 레버리지 상품에 전 재산 투자한 직장인
손실 만회하려 재투자 반복…손실률 90% 넘어
일상생활에 지장…“체중 10㎏ 빠져”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5억원을 미국 주식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가 4억 5000만원가량을 잃었다는 직장인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사회생활 하면서 모았던 돈을 대부분 잃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약 5억원을 모았지만 미국 주식 레버리지 상품에 사실상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대부분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투자 초기에 10%가량 손실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일시적인 조정이라고 생각했다. 주가가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하지 않고 버텼지만, 손실 규모는 30~40%까지 커졌다.
그는 “그래도 한 달 뒤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결국 버티지 못하고 손절한 뒤 다른 레버리지 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다시 손절하기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손실을 만회하려는 마음에 다른 레버리지 상품에 다시 투자했고, 손절매와 재투자를 반복하면서 손실이 더욱 불어난 것이다.
A씨가 밝힌 현재 손실률은 90%를 넘는다. 그는 “4억 5000만원 정도가 허공에 증발했다”고 토로했다.
투자 실패는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았다. A씨는 “하루 종일 멍하니 있는 경우가 많아졌고 일에도 집중하기 어렵다”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체중이 10㎏ 넘게 줄었다”고 호소했다. 자책감과 심리적 충격으로 일상생활마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동안 모은 돈이 사라졌다고 인생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위로했다. 반면 단기간에 큰돈을 벌려는 욕심과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무리한 재투자가 더 큰 피해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익도 손실도 몇 배…레버리지 ETF의 함정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이나 지수의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대표적인 2배·3배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각각 2배·3배로 반영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루 동안 5% 상승하면 2배 상품은 이론적으로 10%의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5% 하락하면 손실도 10%로 커진다. 상승장에서는 적은 투자금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원금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레버리지 ETF는 장기 보유 시에도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레버리지 ETF는 하루 단위 수익률을 기준으로 배수를 재설정하기 때문에 기초자산이 오르내리는 변동성 장세에서는 투자 성과가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
가령 기초자산이 하루 10% 하락한 뒤 다음 날 11.1% 상승하면 가격은 거의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첫날 20% 하락한 뒤 다음 날 22.2% 상승하더라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다. 이처럼 반복적인 등락 과정에서 투자금이 줄어드는 현상을 음의 복리효과 또는 변동성 손실이라고 한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ETF·ETN) 도입을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위는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손익이 증폭돼 단기간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주가가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시장에서는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음의 복리효과로 투자금이 잠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투자위험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손실 감내 능력이 부족한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도 이틀 연속 폭락…코스피 5000선 위태
최근 국내 주식시장도 미국발 기술주 충격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0포인트(5.28%) 내린 5383.80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5.11% 하락한 678.41을 기록했다.
하락세는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6일 코스피는 장 초반 8% 넘게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1단계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장중 한때 5000선이 무너져 4911.28까지 밀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4.11포인트(6.02%) 내린 5059.6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역시 5.03% 하락한 644.27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14.5원 오른 1356.6원까지 상승했다.
이번 급락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 밖의 큰 성과를 거두면서 AI 및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규제 강화나 사업 지연 우려가 확산했고, 이것이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반도체주 약세가 국내 증시에도 충격을 줬다. 6일 삼성전자는 6.35%, SK하이닉스는 10.44% 하락하며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2조 80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5일에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3조 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틀 연속 이어진 급락으로 코스피는 11월 4일 종가(5683.80)와 비교해 이틀 만에 약 11% 하락했다.
주식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은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초자산의 하락률보다 몇 배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손실을 만회하려는 조급함에 추가 투자와 손절을 반복하면 자산이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수익률에 현혹되기보다 상품의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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