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왜 왔느냐” 진천주민 항의에 봉변당한 장관

업데이트 2020 01 30 21:06|입력 2020 01 30 21:06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우한 교민’ 수용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간담회 도중 항의를 받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주민들이 진 장관이 탄 차량 앞에 넘어져 있다. 연합뉴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귀국할 교민들의 격리 수용방침을 설득하기 위해 진천군민들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끝내 파행을 빚었다.

진 장관은 30일 오후 6시 20분부터 충북 진천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지역 주민대표 등과 간담회를 갖고 우한 교민 수용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약 10여명의 주민대표가 참석해 진 장관에게 진천군에 위치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수용시설로 선정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었다.

간담회에서 주민 대표들은 정부의 발표가 일관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리숙여 인사하는 진영 장관
30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방문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산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0.1.30/뉴스1
우한 교민들을 진천에 수용한 뒤 구체적인 관리 대책 등도 정부부처마다 답변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1시간 가량 질의응답이 이어지던 도중 일부 주민들이 간담회장에 들어서 “주민 간담회라더니 왜 나머지 주민들은 못 들어오게 하느냐”며 항의했다.

흥분한 주민들이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항의를 이어가자 사회자는 급하게 간담회를 종료했다.

진 장관은 마무리 발언이나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진 장관의 퇴장을 막고 거칠게 항의하면서 경찰 등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의 경호로 간담회장을 나온 진 장관은 곧바로 차량에 탑승해 현장을 빠져 나갔다.

전날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주민 설득을 위해 진천을 찾았다가 물세례를 받고 옷이 찢어지는 등 봉변을 당한 바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진 장관의 방문에 앞서 주민들과 만났으나 “대책도 없이 왜 왔느냐”며 면박을 들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우한 교민’ 수용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간담회 도중 항의를 받고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진 장관도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간담회가 파행을 빚으면서 우한 교민 입국을 앞두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교민 720여명이 31일부터 차례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분산 수용된다.

진천에는 교민 173명과 의료진 등 지원인력 40여명이 수용된다.

이 중 159명이 31일 오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먼저 입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진천 주민들은 전날 오후부터 교민들이 수용될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 모여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부터 수백미터 거리에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는 등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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