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3배 뛰어”… 공포의 물류비
호르무즈 해협·홍해 이중 병목 여파
컨테이너 운임 지표 7주 연속 상승
사우디아라비아 알 메스바아 인근 ‘동서 파이프라인’ 일대가 검게 그을린 채 처참하게 파괴돼 있는 모습을 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가 13일(현지시간) 근접 촬영해 공개했다. 이번 공격은 홍해를 봉쇄 중인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하기 위한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며, 1200㎞에 달하는 송유관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마저 피격되자 원유 수송 차질과 물류비 상승에 대한 산업계의 고민이 크다. 호르무즈가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대안 경로인 홍해 남쪽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받으면서 수에즈 운하로 우회하는 선박이 늘고 있다. 이에 해상 운임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항해 기간과 연료 소모량 증가 및 선박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높다. 14일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월 2주차 기준으로 전주(3590.05) 대비 72.13포인트 오른 3662.18을 기록했다. 2024년 7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지난 7월 31일 반등한 이후 7주 연속 상승했다. 미국·이란 전쟁의 직접 영향권인 중동 노선 운임이 올랐고 가뭄 여파로 파나마 운하 통행량까지 제한된 여파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의 ‘이중 병목’은 유조선 운임도 끌어올리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동~중국 노선 27만t급 초대형유조선(VLCC) 스팟 운임 지수(WS)는 지난해 74에서 올해 326으로 급등하며 4.4배가량 상승했다. 최근 이 항로의 VLCC 하루 운임은 최대 80만 달러(약 10억 80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해군 구축함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라비아해를 항해하는 모습 위로 숫자 ‘100’과 항로 변경을 뜻하는 문구 ‘REDIRECTS’가 새겨져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12일(현지시간) 엑스를 통해 지난 7월 대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한 이후 60일 동안 상업용 선박 100척의 항로를 우회시켰으며, 미군의 허가 없이 봉쇄선을 통과한 선박은 한 척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 중부사령부 엑스 캡처
모건스탠리는 VLCC의 2년 장기 용선료가 20~30%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조선 운임 상승은 선박들이 홍해 남쪽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대신 위쪽인 수에즈 운하로 우회하고 있어서다. 원유를 가득 실은 VLCC는 배가 물속에 잠기는 깊이인 흘수가 수에즈 운하의 허용 수심보다 깊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유조선들은 선박 내 원유 중 일부를 일단 하역해 수메드 송유관을 통해 지중해 연안의 시디케리르항으로 옮기는 동시에, 적재량을 줄인 선박을 타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이후 육로로 운반한 원유를 유조선에 다시 싣는다. 이 경로로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까지 원유를 수송하면 기존 호르무즈나 바브엘만데브 해협 경로보다 운송 기간이 30일 안팎 늘어난다.
특히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하면서 사태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장거리 우회’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에즈 운하, 희망봉을 통해 아시아로 원유를 운송할 경우 연료비는 126만 달러(약 18억원)에서 287만 달러(약 40억원)로 2배 이상 뛴다. 수에즈운하 통항료 약 100만 달러(약 14억원)까지 더하면 추가 비용은 250만 달러(약 35억원) 안팎에 달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0월까지 어느 정도 원유가 수급됐지만 장기화가 문제”라며 “북미 등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 역시 높은 운송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박 한 척이 항해에 묶이는 시간이 늘면서 가용 선박도 줄었다. 특히 지난 5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우리나라 국적 벌크선 나무호도 아직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에너지 운송 화물선들이 안쪽에 갇혀 있고 전쟁 전보다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선박)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수출입 소비재 기업들은 해운 운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의류나 화장품에 비해 보관 온도, 유통기한 등 까다로운 운송 조건을 요구하는 식품업계의 타격이 크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동 관련 노선은 2배, 미주나 남미 쪽은 30~50% 운임이 오르면서 비용 압박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상운임은 연초 미국·이란 전쟁 발발 당시 대비 약 2~3배 수준까지 상승하며 물류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면서 “운송 기간이 증가하면서 물류 효율성도 저하된 상태”라고 털어놨다.
물류비 상승은 소비자 물가 인상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다. 실제로 최근 식품 및 의류 업계 일각에서는 물류비 등 누적된 원가 부담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