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부터 ‘치매의 싹’… 식·생활습관 바꿔라

85세 되면 2명 중 1명… ‘공포의 병’

정상→인지저하→경도장애→치매
발병 20년 이상 걸쳐 서서히 진행
뇌 변화되는 40대부터 미리 막아야

병 걸리기 쉬운 유전자 보유해도
난청 등 14가지 위험요인 관리 땐
최대 45% 예방하거나 진행 늦춰
16면 그래픽


누구나 나이가 들면 ‘치매 공포증’을 갖고 있다. 치매유병률을 연령별로 보면 65~69세 2.2%, 70~74세 4.9%, 75~79세 10.9%, 80~84세 24.4%이지만 85세 이상은 55.5%로 2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90~94세는 61%, 95세 이상이 되면 79.5%에 달한다.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95만 5584명(중앙치매센터 2025년 기준), 치매관리 비용만 26조원에 달한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뇌혈관성, 루이소체형, 전두측두엽형, 파킨슨병형 등 종류가 많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전체 치매의 약 60% 이상을 차지한다.

치매라는 용어는 일본을 중심으로 환자에게 수치심을 준다며 ‘인지증’ 또는 ‘인지기능장애’로 부른다.

치매는 하루 아침에 발생하지 않는다. 정상→주관적 인지기능저하(SCD)→경도인지장애(MCI)→인지증(치매) 단계를 20년 이상 서서히 거친다. 대표적인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와 타우라는 이상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이 단백질들이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뇌 위축과 인지기능 저하 유발까지 보통 20~30년 걸린다.

MCI 환자는 매년 약 10~15%가 치매로 진행된다. 정상 노인의 치매 진행률이 1~2%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다. 결국 MCI 환자 중 약 80%가 6년 안에 치매를 겪는 셈이다. MCI에서 치매로 진행이 높은 경우는 고령이거나 기억력 장애 두드러짐, 뇌 MRI검사에서 뇌위축 소견, 치매 유전인자 ApoE4(아포지질단백질 E4)를 가지고 있음 등이다.

그러나 치매는 이제 ‘발병 후 대응’에서 ‘선제적 예방 및 조기 관리’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매년 9월 21일이 ‘치매 극복의 날’로 지정된 것도, 뇌 변화가 본격화되는 40대부터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대비하라는 전문가 조언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치료약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미 손상된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보조해 증상 진행을 일시적으로 늦추는 치료에 의존했지만, 최근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직접 제거하는 항아밀로이드 β항체 치료제(레카네맙, 도나네맙 등)가 등장해 병태 자체에 조기 개입하는 길이 열렸다. 다만 이들 신약도 인지기능 저하가 뚜렷해진 중증 단계에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에서만 투여가 가능하다. 한 번 악화된 뇌 신경세포는 되돌릴 수 없어 경도인지장애 단계, 나아가 40대부터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치매는 유전적 요인이 약 40~50%를 차지한다. 그중 가장 강력한 위험 유전자는 ‘APOEε4(아포지단백 Eε4)’다. 부모로부터 APOEε4 대립유전자를 1개 물려받은 경우 발병 위험이 정상인보다 4~6배, 양쪽 부모에게 모두 받은 경우는 위험성이 20배 이상 치솟는다. 최근 일본 니가타대 연구진은ε4보다 발병 위험을 최대 51배까지 높이는 ‘APOE ε7’ 유전자를 새롭게 발견했다.

하지만 유전적 인자를 가졌어도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발병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포인터(U.S. POINTER)의 임상 연구와 핀란드 핑거(FINGER)의 연구에 따르면, 치매 고위험군 노인을 대상으로 식생활 지도, 유산소 운동, 인지기능 훈련, 심혈관 관리 등 종합적인 생활습관 개입을 시행한 결과 인지기능 저하가 대폭 억제되고 개선됐다. 특히 위험 유전자인 APOEε4를 보유해도 개선 효과가 동일했다.

영국의 저명 의학지 ‘랜싯(Lancet)’ 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난청,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과도한 음주, 운동 부족, 우울, 사회적 고립, 시력 저하 등 14가지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적극 관리할 경우 전체 치매의 최대 45%를 예방하거나 발병·진행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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